
상주하는 종업원 없이 운영되는 무인 점포가 늘어남에 따라 ‘경비 외주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장을 지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절도 등의 범죄에 노출되기 쉽고, 이로 인해 경찰들이 수시로 무인 점포 순찰을 돌아야 하는 등 공권력의 낭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로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등을 판매하는 무인 점포에서 소액 절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들은 “절도 범죄를 예방하는 게 우리의 일이긴 하지만, 무인 점포라는 이유로 그 주변을 상시 순찰을 하다 보면 업무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경비 외주화’ 아니냐는 것이다.
끊이지 않는 절도 범죄, 낮은 진입장벽

무인 점포는 여러 자영업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작은 공간에 소자본으로도 충분히 창업이 가능하고, 인건비도 들지 않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인 점포는 절도 범죄의 온상이기도 하다. 상주하는 직원이 없기 때문에 경비 대책은 CCTV를 설치하는 것밖에 없다. 순찰은 물론이고 절도 등의 범죄 해결까지 모두 경찰이 떠맡게 되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무인 점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절도 사건은 2021년 3514건에서 2022년 6018건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무인 점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보니 앞으로도 관련 범죄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절도 대부분은 소액, 절도범은 미성년자… 처벌도 어렵고 업무 부담만 가중시킨다

무인 점포에서 벌어지는 절도 사건의 특징은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피의자의 상당수는 10대이거나 그 이하여서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
CCTV 화면만으로 절도범을 붙잡는 데에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는데, 힘들게 범인을 잡아내더라도 대부분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훈방 조치를 하게 된다.
미성년자들의 이러한 소액 절도로 인한 업무 부담이 늘고 있다 보니 차라리 본인이 돈을 대신 내주고 싶은 심정이라는 경찰도 있다.
경찰 커뮤니티에서는 “누가 냉동고 문을 열어놓고 갔으니 가서 닫아 달라는 신고를 하는 업주도 있다”는 글이 공유되어 한동안 무인 점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빗발치기도 했다.
무인 점포라고 해서 경찰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한 경찰은 “무인 점포 순찰 요청이 들어와서 출동해보면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사설 경비원도 아닌데 이렇게 순찰 요구를 받거나 소액 위주 사건에만 매달리다 보면 정말로 수사력이 필요할 때 대처가 미흡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말을 전했다.
일부 점주들이 인건비와 보안 관련 비용을 아끼기 위해 경찰에게 ‘경비 외주화’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시민 안전과 재산권을 지키는 것이 경찰의 의무는 맞지만, 지속적으로 절도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무인 점포에도 최소한의 경비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