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온 기회?”…전 세계 판도 바뀌자 고려대·연세대도 ‘들썩’

트럼프 반유학생 정책으로 미국 이탈
한국 등 아시아권 인재 유치전
글로벌 교육 허브 경쟁 본격화
유학
트럼프 반유학생 정책 / 출처 : 연합뉴스

미국 유학을 꿈꾸던 필리핀 청년 제스 콘셉시온(24)의 인생은 올봄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오랜 꿈이었던 미생물학 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미국행을 준비했지만, 비자 인터뷰가 중단되면서 결국 유학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꾸게 됐다.

그의 결정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강경한 외국인 유학생 정책 이후, 전 세계 유학생들이 미국을 외면하면서 글로벌 유학 지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유학 목적지였던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이를 인재 유치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닫은 문, 갈 곳 잃은 유학생들

트럼프 관세 일본차 영향
트럼프 반유학생 정책 / 출처 :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지난 13일,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유학생 정책이 실제로 유학생 지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여전히 110만 명의 유학생을 보유한 세계 최대 유학생 수용국이지만, 주요 유학 플랫폼과 대학들의 조사에 따르면 지원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올봄, 국제교육원이 전 세계 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외국인 학생 지원서가 감소했다는 응답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비자 발급 중단, 추방 위협, 연구비 삭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을 6개월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비자 신청자의 소셜미디어 계정 심사 강화, 대사관의 비자 인터뷰 중단 등 일련의 제약 조치도 잇따랐다.

클레이 하몬 국제입학관리협회(NAFSA) 전무이사는 “미국이 나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며, “몇몇 주요 유학지에 집중되던 세계가 이제는 훨씬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세계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권 전체의 변화, 새로운 기회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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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유학생 정책 / 출처 : 연합뉴스

정치적 불확실성과 함께, 졸업 후 취업 기회의 변화도 미국 유학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출신 데이터 분석가 디비얀크 라와트는 “특정 기술을 배우기엔 미국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취업 시장 전망은 매우 어둡다”며 “7만 달러의 빚을 지고도 일자리 보장이 전혀 없는 현실은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호주와 영국 등 다른 영어권 국가들 역시 유학생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캐나다와 호주는 지난해 유학생 비자 발급을 제한했고, 영국은 비자 수수료를 인상하는 동시에 대학원 졸업 후 취업 비자 기간 단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입학 컨설팅 업체 롱쇼어 에듀케이션의 야시 샤르마는 “현재 어떤 나라도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영어권 국가 전반에서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기회, 100년 만의 인재 유치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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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유학생 정책 / 출처 : 연합뉴스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이 유학생을 밀어내는 사이, 한국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전략을 전개 중이다.

연세대학교는 2026학년도부터 학부 편입생을 대상으로 연중 수시 전형을 도입하고, 미국에서 학업이 중단된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방문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고려대학교 역시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실제로 필리핀 출신 콘셉시온은 한국 정부로부터 생활비와 등록금 지원을 받아, 오는 가을 고려대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노력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2000년대 초부터 저출산과 지방대학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학생 유치를 국가 정책으로 적극 추진해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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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유학생 정책 / 출처 : 연합뉴스

최근 들어 유학생 유치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한국에서 유학한 동남아시아 출신 학생들을 적극 채용하며 글로벌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한국에는 중국 출신 약 7만 명, 베트남 출신 약 5만 명의 유학생이 머물고 있으며, 미얀마와 네팔 등에서도 매년 수천 명이 유학길에 오른다. 정부는 2027년까지 국제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한 전략을 추진 중이다.

국제학생 유치 정책은 단순히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넘어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교육 허브로의 도약을 노리는 한국에게 이번 변화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그 가능성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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