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만에 초유의 상황 “자물쇠 걸어 잠가야겠네”…일본이 ‘이럴 수가’

쌀 도둑이 기승을 부리는 일본의 현실
농가들 속출하는 절도에 방범 대책 마련 고심
16주 연속 폭등하는 쌀값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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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 도난 피해 / 출처 : 연합뉴스

세계 3대 경제대국이라는 일본에서 쌀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쌀값 폭등이 계속되면서 ‘환매 목적’의 새로운 형태의 절도 범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부들의 작은 창고가 범죄 표적이 되다

니혼테레비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바라키현 지쿠세이시에서는 4월 한 달에만 6건의 쌀 도난 피해가 발생했다. 한 농가에서는 30kg짜리 쌀 14포대, 총 420kg의 쌀이 사라졌다. 또 다른 농가는 가족용으로 보냉고에 보관 중이던 약 120kg의 쌀을 도난당했다.

이러한 쌀 도난 사건은 지쿠세이시를 넘어 아오모리현과 니가타현의 농가에서도 다수 보고되고 있다. 이바라키현에서만 4월에 8건의 쌀 도난이 발생해 피해 규모는 약 1.5톤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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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 도난 피해 / 출처 : 연합뉴스

경찰은 “쌀 급등이 이어지면서 향후 같은 범행이 예상된다”며 정기적인 순찰과 농가들의 방범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도난 사건이 ‘환매 목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아오모리현에서 660kg의 쌀을 훔친 혐의로 체포된 37세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비싸게 팔아넘기기 위해 훔쳤다”고 진술했다. 범죄자들에게 농부의 창고가 새로운 ‘금고’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35년 만의 초유의 쌀 위기, 그 충격의 규모

일본의 쌀값 폭등은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하게 발생한 현상으로, 일본 농수산성이 지난 4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내 쌀값은 5kg당 전주보다 3엔 오른 4220엔(약 4만 2천원)으로 16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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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 도난 피해 / 출처 : 연합뉴스

이는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산 쌀을 수입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쌀값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크다.

2024년 초 2,000엔대였던 쌀 5kg의 가격이 2025년 4월에는 4,200엔을 넘어섰고, 일부 인기 품종은 원래 가격의 3배까지 올랐다. 일본 정부는 이례적인 쌀값 폭등을 막기 위해 두 차례나 비축미를 시장에 방출했지만, 쌀값 상승세에는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폭등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

일본의 쌀값 급등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3년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인기 품종의 수확량 급감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1970년대부터 이어진 쌀 감산 정책으로 벼 재배 면적이 1969년 317만 헥타르에서 2023년 124만 헥타르로 줄어든 장기적 요인도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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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 도난 피해 / 출처 : 연합뉴스

농업 인구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 문제, 중간 유통업체들의 투기적 매입, 외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수요 증가 등도 쌀값 폭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쌀값 상승은 일본 사회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마트에서는 1가구 1봉지 구매 제한이 걸렸고, 귀한 물건이 된 쌀을 선물하는 문화까지 등장했다. 도시락, 초밥 등 외식물가도 덩달아 올라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기도 했다.

한편 태국산 쌀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태국 현지의 쌀 생산공장 대표는 “지난해 일년간 일본 수출량이 250톤이었지만 올해는 4개월간 800톤에 달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일본의 쌀값 폭등과 쌀 도둑 사태는 단기적 이상기후와 장기적 농업정책 실패, 유통 구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일본 쌀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쌀값과 늘어나는 쌀 절도 사건은 일본 사회가 직면한 식량 안보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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