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부풀어 한국 왔는데 “여기 대체 왜 이래요?”…’뒤통수’ 맞은 외국인들, 왜?

관광불편신고 전년대비 71.1% 급증
쇼핑·택시·숙박 관련 불만 집중
외국인 친화적 서비스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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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불편신고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치킨을 시켰는데 카드 승인은 열 배나 청구됐어요. 이게 말이 되나요?” 한국 여행을 왔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일본 관광객의 분통이 터졌다.

코로나19 이후 관광 대국으로 발돋움하며 K-콘텐츠 인기에 힘입어 부푼 기대를 안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겪는 불편과 불만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발간한 ‘2024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불편신고접수센터에 접수된 불편 사항은 총 1543건으로 전년 대비 71.1%나 급증했다.

늘어나는 외국인 관광객, 더 빠르게 늘어나는 불만

지난해 관광불편신고의 92.9%가 외국인들이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고 건수 1543건 중 외국인 관광객이 제기한 불만이 1433건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내국인은 단 110건(7.1%)에 불과했다. 특히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여행객 불만이 1022건(66.2%)으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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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불편신고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불만 사항은 쇼핑 분야가 398건(25.8%)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택시 309건(20%), 숙박 258건(16.7%), 공항 및 항공 165건(10.7%) 순으로 나타났다.

관광공사는 코로나19 이후 단체 관광객 중심의 여행 형태가 개별 자유여행객 중심으로 바뀌면서 여행사를 거치지 않는 분야에서 불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관광객이 제기한 사례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치킨 가게에서 5만3000원어치를 포장 주문했는데, 카드로 55만3000원이 청구됐다”는 것이다. 단순 실수일 수도 있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한 바가지요금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사례다.

“우회 운행에 10만원 넘게 냈어요”…택시, 숙박 불만도 급증

택시 관련 불편 신고도 전년보다 81.8% 급증했다. 부당요금 징수 및 미터기 사용 거부가 60.2%로 가장 많았고, 운전사 불친절(10.4%), 난폭운전 및 우회운전(8.7%)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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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불편신고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호주에서 온 한 관광객은 “심야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용산구 호텔까지 택시를 이용했는데, 기사의 우회 운행으로 10만6100원을 결제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사례들이 쌓이면서 한국 관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

숙박 관련 불편 신고 역시 전년보다 81.7% 급증했다. 시설 및 위생관리 불량(34.5%)이 가장 많았고, 예약 취소·위약금(24.4%), 서비스 불량(18.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다양한 숙박 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반면, 품질 관리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발전하는 한국 관광, 그러나 놓치고 있는 것들

한국 관광업계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쇼핑, 택시, 숙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관광 인프라 부족과 획일화, 정책의 일관성 및 전략 부재, 서울·제주 집중과 지방 소외, 관광 인력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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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불편신고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특히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겪는 불편에는 언어 소통의 어려움, 교통체증, 관광 안내 및 표지판 부족이 포함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이미지와 달리, 길찾기 앱 정보 부족, 배달앱·결제 시스템의 불편, 본인 인증의 어려움 등 디지털 서비스 이용 시 외국인들이 겪는 장벽도 적지 않다.

지방 관광지의 교통 접근성과 숙박시설 등 인프라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 유명 관광지를 제외하면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숙소의 질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관광 상품이 케이블카, 출렁다리 등으로 획일화되어 지역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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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불편신고 급증 / 출처 : 연합뉴스

관광공사는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관광 서비스 수용태세 개선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단순히 관광객 수 증가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지역 특색을 살린 차별화된 전략, 외국인 친화적 서비스 개선, 인력 양성, 정책의 일관성 확보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또 오고 싶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서비스 품질 개선과 함께 차별화된 관광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관광객 수만 증가하는 것이 아닌, 재방문율과 1인당 소비가 함께 늘어나는 지속가능한 관광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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