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 이란 전쟁을 “역사상 가장 큰 글로벌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보다 원유 공급 감소 규모가 크다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충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로 중단된 가스 물량이 2022년 유럽이 러시아로부터 잃은 물량의 두 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봉쇄, ‘핵심 동맥’이 멈췄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세계 원유 물동량의 27~33%가 차단됐다. 페르시아만 지역 수출 차질 규모는 하루 최소 1천만~1500만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UAE ADNOC의 루와이스 정유시설은 드론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고, 이라크 바스라항구는 폭발물 탑재 보트 공격으로 원유터미널 운영이 멈춘 상태다.
비롤 총장은 “핵심 동맥이 멈춰 섰다”며 농업용 비료, 플라스틱, 석유화학 제품, 황, 헬륨 등 전 세계 필수 자원 공급까지 연쇄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는 전쟁 개시 전 배럴당 72달러에서 3월 9일 100달러를 돌파하며 불과 수일 만에 40% 이상 급등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이 4월 이후까지 지속될 경우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4억 배럴 비축유 방출, ’12일치’에 그치나

IEA는 지난주 역사상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미국 1억7200만 배럴, 한국 2250만 배럴 등 주요국이 참여하는 긴급 조치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방출량이 공급 감소분의 12일치만 상쇄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닐 베버리지 샌포드 번스타인 조사부문장은 “유가를 실제로 떨어뜨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뿐”이라며 4억 배럴 방출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비롤 총장 역시 “공급 확대만으로는 중동 에너지 공백을 메울 수 없다”며 가장 중요한 조치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라고 못 박았다. 그는 전체 비축유의 20%를 방출한 것이며 아직 80%가 남아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해협 봉쇄가 지속될수록 문제는 날마다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회복까지 6개월 이상…구조적 전환 불가피

비롤 총장은 분쟁이 종료되더라도 피해를 입은 유전과 가스전 정상화까지 최소 6개월, 일부는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전쟁이 빠르게 끝나더라도 공급 차질은 수 주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파장이 감지된다. 산업연구원이 3월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제품 산업의 생산비는 6.30%, 화학제품 산업은 1.5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이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직접 충격은 제한적이나,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시 운송비 상승과 공급망 교란 등 간접 영향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비롤 총장은 1973년·1979년 오일 쇼크 이후 현재 원자력 발전의 40% 이상이 건설됐고 자동차 연료 소비가 10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 원자력 확대, 전기차 보급 증가와 함께 가스 대신 석탄 사용이 늘어나는 역설적 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