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더 못 살겠다”…”억대 연봉”인데 ‘줄줄이’ 짐 싸드는 사람들, 대체 왜?

젊은 이공계 70%, 더 나은 대우 찾아 해외로
세금으로 키운 인재, 성과는 다른 나라 품으로
인구·인재 동시 유출, 산업 경쟁력 흔들린다

“더 배우고, 더 만들고,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싶다.” 요즘 젊은 이공계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최근 조사에서 국내 20~30대 연구자 10명 중 7명이 향후 3년 안에 해외 이직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세계가 인재 전쟁을 벌이는 사이, 한국의 유능한 과학기술 인력은 점점 국경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는 인재 전쟁 중… 한국의 연구자는 왜 짐을 싸나

한 사람을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키우는 데 들어가는 교육비에는 생각보다 많은 세금이 녹아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에 투자하는 공공재원만 따져도, 한 명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평균 수천만 원대의 세금이 투입된다. 이런 인재가 해외로 떠나면, 그간의 투자로 거둘 수 있었던 세수와 생산성이 고스란히 다른 나라의 자산이 된다.

문제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정작 그 결실을 맺어야 할 핵심 연구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다.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처럼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산업 분야일수록 이탈 속도가 빠르다. 연구자들은 성과에 비해 낮은 보상, 불안정한 고용, 경직된 연구문화 등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높은 연봉을 주는 해외 연구소나 기업에 비해 국내 환경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인구도 줄고 인재도 빠진다… 한국 산업의 이중 위기

이공계 인력 유출은 인구 감소와 맞물려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이미 한국은 빠르게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로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고급 기술 인력이 빠져나가면, 산업의 혁신 동력은 약화되고 세수 기반도 좁아진다.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연구개발 체계가 흔들리고, 과학기술 생태계의 지속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유출이 손실로만 끝나는 건 아니다. 해외에 나간 인재들이 새로운 기술과 네트워크를 쌓아 다시 한국과 협력하거나 귀국해 성과를 공유한다면, 오히려 ‘두뇌 순환’이라는 긍정적인 흐름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제는 정부와 기업이 국내 연구환경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해외 인재와의 연결고리를 꾸준히 유지할 때 가능하다.

결국 핵심은 ‘사람’이다. 최상위 인재가 자부심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이들의 발길은 계속 국경 밖으로 향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과학기술 인재를 위한 과감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