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기 증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비인강경 검사를 권유받은 경험이 누구나 한 번씩은 있다.
코와 목 사이를 내시경으로 관찰하는 이 검사는 원래 합병증 의심 시에만 시행해야 하지만, 일부 병원은 거의 모든 환자에게 ‘무조건’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공단이 직접 칼을 빼들고 과잉진료 단속에 나선 배경이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이비인후과·소아청소년과 중 비인강경 검사 시행률이 90%인 병원이 있다”며 “환자들이 거부하지 않는 한 무조건 하는 것으로, 이는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1997년 건강보험 체제 출범 이후 2024년 건보공단 급여비 지출이 101조 7000억원으로 처음 100조원을 넘어서면서, 재정 압박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나온 강경 발언이다.
상급병원 10% vs 동네의원 90%…극명한 격차

건보공단 분석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5곳 모두 비인강경 검사 시행률은 10%대에 머물렀다. 전국 종합병원 101곳 중 88곳도 환자 10명 중 1명 꼴로만 검사를 시행했다. 감기는 치료해도 일주일, 그냥 둬도 7일이 걸리는 자연 치유 질환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10% 내외만 검사하는 것이 의학적 표준이다.
반면 의원급 이비인후과 1926곳 중 절반에 가까운 903곳 이상이 10%를 초과하는 시행률을 보였다. 일부는 시행률이 90%에 육박해, 감기 환자 대부분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권하는 셈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1월 출범한 ‘적정진료추진단’을 통해 2025년 12월 기준 74건을 분석하고 46건의 후속조치를 진행했다. 공단 내 22개 부서가 참여해 매월 급여 분석 및 현장 조사를 실시하는 체계다.
2026년 수천억 적자 전환…”국민 부담 불가피”

건보공단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명확하다. 당기수지 흑자가 2021년 2조 8000억원에서 2024년 5000억원으로 급감했고, 올해는 수천억원 대 적자 전환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2050년 의료·연금 등 의무지출이 GDP 대비 30~35%까지 치솟을 것으로 경고했다. 2024년 기준 13.7%에서 25년간 2배 이상 증가하는 수치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건보공단의 과잉진료 단속이 의료기관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인구가 늘지 않고 질병 양상도 크게 변하지 않는데 진료행위 지출만 급증하고 있다”며 “정당성과 적절성을 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 재정 악화는 결국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 항목 축소로 이어져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이사장은 “조만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나올 것”이라며 강도 높은 후속조치를 예고했다. 건보공단의 이번 조치가 과잉진료 관행을 바꿀 수 있을지, 아니면 의료계와의 갈등만 키울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