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이 항공모함 타격단을 인도-태평양에서 북대서양으로 전환 배치하며 러시아 견제에 집중한다.
영국 국방부는 2월 14일 HMS Prince of Wales를 기함으로 하는 ‘Operation Firecrest’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년간 북대서양에서 러시아 해군 활동이 30% 급증한 데 따른 대응이다.
영국 해군은 이번 작전을 통해 GIUK 갭(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간 해역)에서 러시아의 해양 진출을 차단하고, 해저 기반시설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주목할 점은 전략적 우선순위의 변화다. 2025년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던 영국 항모 타격단이 1년 만에 대서양으로 복귀한 것은 러시아 위협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국방 전문가들은 이를 “지속적 해양 통제(persistent sea control)” 전략으로 해석한다. 단기 억지를 넘어 NATO의 해상 우위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영국은 이번 배치를 통해 NATO 지휘 구조에서 주도권을 강화한다. 영국 장교가 처음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의 Joint Force Command를 지휘하고, HMS Dragon 구축함이 2026년 내내 Standing NATO Maritime Group 1의 기함을 맡는다. 미국 중심의 대서양 방어 체계에서 영국의 역할이 확대되는 신호다.
3차원 해양 전력의 실전 배치
Operation Firecrest의 핵심은 항공-수상-수중을 아우르는 다층 방어 체계다. HMS Prince of Wales(배수량 65,000톤)는 F-35B Lightning II 전투기를 운용하며, 긴급 상황 시 하루 72회 출격이 가능하다.

항공기는 격납고에서 비행갑판까지 약 1분 내 투입된다. 이는 러시아 함정이나 항공기의 급작스러운 접근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수상 전력으로는 Type 45 구축함이 Sea Viper 시스템과 SAMPSON 레이더로 장거리 다중 표적을 탐지·교전한다. Type 26 호위함은 대잠 헬리콥터를 탑재해 정숙한 대잠전을 수행한다. 수중에서는 Astute급 원자력 공격 잠수함이 러시아 잠수함을 추적하고 정보를 수집한다.
이 조합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에서 잠수함 활동을 강화하는 상황에 대비한 “계층적 복원력” 전략이다.
미국과의 협력도 강화된다. 미국 항공기가 HMS Prince of Wales 갑판에서 운용될 예정이며, 영국 함정은 미국 동부 항구를 방문한다. 이는 상징적 협력을 넘어 전술 수준의 NATO 통합을 의미한다. 국방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 상호운용성이 검증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GIUK 갭과 해저 전장의 부상
러시아 해군 활동 30% 증가의 중심은 GIUK 갭이다. 이 해역은 러시아 북부 함대가 대서양으로 진출하는 유일한 통로다.

러시아 잠수함과 수상함이 이곳을 통과해야 NATO의 대서양 해상 교통로를 위협할 수 있다. 영국은 이번 작전으로 이 병목 지점을 통제해 러시아의 해양 작전을 복잡하게 만든다.
더 큰 우려는 해저 기반시설 위협이다. 2025년부터 북대서양과 발트해에서 러시아 관련 세력에 의한 해저 케이블 및 가스 파이프라인 손상 사건이 증가했다.
유럽과 북미를 연결하는 통신 케이블이 끊기면 금융 거래와 인터넷 통신이 마비된다. 영국 국방부는 Operation Firecrest가 이러한 “회색지대 위협”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북극 해빙도 지정학적 변수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항로가 열리면서 러시아는 북동항로를 군사·경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NATO는 이에 대응해 Arctic Sentry 미션을 신설했고, 영국 항모 타격단이 참여한다. 새로운 해양 항로가 새로운 전장이 되는 시대다.
중국에서 러시아로, 전략 무게중심 이동
2025년 HMS Prince of Wales는 인도-태평양에서 30개 이상 국가와 협력하며 1,000회 이상의 F-35 출격을 기록했다. 인도 해군과의 합동 훈련을 통해 중국 견제 의지를 과시했다. 당시 영국은 항모 타격단을 “완전 작전 준비 상태”로 선언하며 NATO 임무 준비를 마쳤다.

1년 만의 전략 전환은 러시아 위협의 심각성을 반영한다. 영국 정부는 국방비를 2027년부터 GDP 2.6%로 상향하고, 노르웨이 배치 병력을 1,000명에서 2,000명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이는 정치적 선언이 아닌 재정적 약속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영국이 러시아 위협을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항모 외교는 글로벌 차원에서 작동한다. 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을, 북대서양에서는 러시아를 견제하는 “두 개의 전선” 전략이다. 하지만 항모는 두 척뿐이다. HMS Queen Elizabeth와 HMS Prince of Wales가 번갈아 작전에 투입되는 만큼, 작전 지속성이 과제로 남는다.
Operation Firecrest는 영국 해군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러시아 해군 활동 30% 증가라는 명확한 위협 앞에서, 영국은 NATO 지휘 구조 주도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대응한다.
해저 케이블 보호와 북극 항로 감시라는 새로운 임무가 추가된 만큼, 지속적 해양 통제 전략이 실효성을 거둘지 주목된다. 영국의 국방비 증액과 병력 증강 약속이 실행된다면, 북대서양은 러시아에게 더 복잡한 전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