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고액 자산가들이 올해 초 주식시장에서 보인 투자 행보가 ‘반도체 올인’으로 요약된다.
증권사 계좌에 평균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이들이 가장 많이 담은 국내 주식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SK하이닉스였다. 두 종목에 쏠린 순매수 금액만 전체의 47.2%에 달했다.
KB증권이 2026년 새해부터 2월 9일까지 고액자산가들의 매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국내 주식 전체 순매수액의 29.1%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8.1%로 2위에 올랐다. 현대차(9.9%), 두산에너빌리티(4.9%), 네이버(3.4%)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집중 투자는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장기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구글과 아마존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를 위해 수년치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과거 단기 변동성이 컸던 반도체 업황이 예측 가능한 성장 구조로 재평가받고 있다.
AI·로보틱스 테마에 몰린 시선

삼성전자는 2월부터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를 북미 1위 거래선에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테슬라와는 165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증권가는 2026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148조~180조원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중 반도체 부문이 92%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3위에 오른 것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며 AI 로보틱스 전략을 제시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스닥 상승에 베팅하는 ETF인 ‘KODEX 코스닥150’과 레버리지 상품도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기대감 속에 그간 코스피 대비 상대적으로 작았던 상승폭이 만회될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했다.
해외 포트폴리오는 ‘빅테크 총집합’

해외 주식에서는 미국 기술주가 고루 담겼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해외 주식 전체 순매수액의 7.2%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알파벳은 최근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돈 데다, 유튜브가 미국에서 3년 연속 1위 스트리머 지위를 유지하고 제미나이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7억5000만명을 돌파하면서 AI 기반 매출 성장 기대감을 키웠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7.1%)가 2위, 테슬라(5.9%)가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샌디스크(5.3%), 테슬라 레버리지 ETF(3.3%), 엔비디아(2.9%), 마이크로소프트(2.2%) 등 반도체와 빅테크 종목이 상위권을 독식했다. 최근 급등락을 거듭한 은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iShares Silver Trust’ ETF도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
“AI 재평가 과정, 조정 후 추가 상승 여력”

증권가는 현재 반도체주 상승이 단순 거품이 아닌 ‘AI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 올라탄 합리적인 주가 재평가 과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2026년 목표주가는 증권사별로 21만~26만7000원까지 제시되고 있으며, 2월 13일 종가 18만1200원 대비 최소 15%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너무 빠른 상승”을 우려하며 조정 국면을 기다려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가전 사업부에는 원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본격 정상화 단계에 진입했으며, 주주 환원 정책 강화(1분기 내 자사주 소각, 18.5조원 환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KB증권 김세환 연구원은 알파벳에 대해 “AI를 통한 매출 성장이 견고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장기 매출 성장성을 반영한 기업가치는 여전히 시장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운용 비중 확대를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