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기사를 대신 쓸 수 있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국내 언론사 기자 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AI는 기사의 뼈대를 잡는 데는 능숙했지만 독창적인 시각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전창영 선임연구위원이 ‘미디어브리프’ 최신호에 공개한 이번 연구는 AI 시대 언론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험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기관이 발표한 기후변화와 산모·아동 건강 자료를 바탕으로, 기자들이 연구진이 설계한 AI 챗봇을 활용해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종 평가 결과 전체 기사 품질은 평균 62.5점(100점 만점)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을 들여다보면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구조와 논리, 가독성 같은 완성도 영역은 모두 67점대로 안정적인 성과를 보인 반면, 독창성 영역은 50점 안팎에 그쳤다. AI가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는 뛰어났지만, 남들과 다른 관점이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의미다.
기자들은 AI에 평균 4번만 질문했다

기자들이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1명당 평균 질문 횟수는 4회 남짓에 불과했고, 후속 질문 비율은 34.7%에 그쳤다. 대화는 전반적으로 짧고 제한적이었다. 필요한 정보만 빠르게 얻고 끝내는 방식을 택한 기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질문 유형별로는 분석과 해석을 요구하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반면 사실 검증과 확인을 위한 질문은 평균 1회에도 못 미쳤다. 이는 AI를 단순 정보 제공 도구로만 활용했을 뿐, 팩트체크나 심층 취재의 동반자로 삼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전 연구위원은 “목적에 맞게 질문을 설계하고 결과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기사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기자의 프롬프트 활용 역량이 출력물의 질을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독창성은 여전히 인간의 몫

이번 연구가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는 기자의 업무를 보조할 수 있지만, 언론의 본질적 가치인 ‘새로움’을 창출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전 연구위원은 “AI 활용만으로 기사 내용의 새로움이 자연스럽게 강화되지는 못했으며, 이 영역은 기자의 기획력과 해석 역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언론계에서는 이미 AI를 자료 조사, 녹취 정리, 외신 번역 등 반복적인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매일경제는 60년치 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매경 AI 허브’로 제3회 디지털저널리즘혁신대상을 받았고, 올해 초에는 주가 변동 이유를 분석하는 MAI 증권 에이전트와 사용자 관심에 따라 뉴스를 추천하는 MAI 뉴스 에이전트를 출시했다.
하지만 최종 판단과 맥락 해석은 여전히 인간 기자의 영역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교육과 전략이 승부처다

전 연구위원은 “도입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사실 검증·보완 취재·관점 차별화 등 기자의 핵심 존재 가치를 AI와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AI 도구를 들여오는 차원을 넘어, 기자와 AI의 협업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소규모 언론사에는 현실적 장벽이 높다. 개별 언론사가 독자적으로 AI 시스템을 구축하기에는 비용과 기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형 언론사와의 AI 역량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I 시대 언론의 미래는 기술 도입 여부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이번 연구는 AI가 언론의 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독자를 설득하는 통찰과 시각은 결국 사람의 몫임을 분명히 보여줬다. 기자와 AI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업할 때, 비로소 저널리즘의 질적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