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중고차 시장선 불티나게 팔려
1500만 원 미만 가성비 차량 인기
신차 시장과 상반된 트렌드 주목

신차 시장에서 외면받는 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는 ‘귀한 몸’으로 떠오르는 특별한 현상이 포착됐다.
경기 불황 속에서 두 시장이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독특한 트렌드가 형성된 것이다.
중고차 시장, 경차가 주도하는 회복세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K Car)가 24일 발표한 8월 중고차 시세 전망에 따르면, 전체적인 시세 하락세가 멈추고 회복 기조로 전환되는 가운데 특히 1500만 원 미만의 경·소형차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8월 국산차 시세는 전월 대비 0.5% 하락에 그치며, 이는 전월보다 하락폭이 0.5%p 줄어든 수치다.
특히 경차(0.9%), 소형차(0.5%), 준중형차(0.6%) 등에서 분명한 상승세가 관측됐다.
대표적인 경차 모델인 기아 올 뉴 모닝(JA)은 전월 대비 2.7%, 현대 캐스퍼는 2.4%의 시세 상승이 예상돼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조은형 케이카 PM팀 애널리스트는 “지난달까지 이어지던 시세 하락세가 멈추고 성수기인 8월 들어 경차를 중심으로 시세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1500만 원 미만 실속 차량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늘어난 만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라면 구매를 서두르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차 판매율, 중고차 시장서 압도적 1위

이러한 현상은 실제 판매 데이터에서도 명확히 나타난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산차는 기아 모닝(3497대)이었다.
이어 쉐보레 스파크(3189대), 기아 뉴 레이(2709대) 순으로, 국산 중고차 판매 상위 3개 차종을 모두 경차가 차지했다.
같은 달 기아 레이도 2043대가 거래되며 판매 순위 8위에 올랐다. 결국 지난달 국산 중고차 시장에서 팔린 차량 10대 중 4대가 경차였던 셈이다.
신차 시장과의 극명한 대조

이처럼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경차와 소형차 트렌드는 신차 시장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다.
지난달 국내 신차 시장에서 경차 등록 대수는 5626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4%나 줄어들었다. 기아 레이의 신차 등록 대수는 3846대에 그치며 전체 순위 11위에 머물렀다.
신차 시장에서 경차와 소형차가 외면받는 이유로는 SUV, RV 등 대형화·고급화 트렌드와 신규 소형차·경차 모델의 부재,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이 꼽힌다.
완성차 업체들이 수익성이 낮은 경차·소형차보다 중대형차에 집중하는 전략을 강화하면서 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중고차 시장에서는 경제적 압박 속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됐다.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 신차 대비 낮은 부담 등이 사회초년생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고금리 시대에 차량 구매 부담이 적고, 기름값 등 유지비 측면에서도 경제성이 높은 소형차와 경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며 “경기 불황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