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르노 지분 매각 결정
9500억원 규모 손절매
신차 개발 자금 확보 목적

한때 세계 자동차 업계의 강자였던 닛산이 생존을 위한 마지막 수단에 나섰다. 오랜 파트너였던 프랑스 르노와의 관계를 정리하며 약 95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그간 소문으로만 돌았던 닛산의 내부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인데 에스피노사 사장이 직접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확실시됐다.
‘지분 매각’ 뒤에 숨은 절박함

닛산의 이반 에스피노사 사장은 최근 일본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유한 르노 지분 15% 중 5%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시장 가치로 약 1천억엔, 우리 돈 95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닛산과 르노는 그간 상호 15%씩 지분을 보유한 전략적 제휴 관계였다. 최근 양사는 이를 10%로 낮추기로 합의했으나, 닛산이 실제 매각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닛산은 이 자금을 신차 개발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2의 도약’이 목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생존 싸움이 숨어 있다.

에스피노사 사장은 “르노와의 협력은 계속될 것”이라며 관계 단절이 아님을 강조했지만, 지분 축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다방면 생존 전략

에스피노사 사장은 닛산이 혼다와도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차 분야에서 실질적인 대화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때 합병설이 돌았던 두 회사는 다시 ‘전략적 동반자’로 엮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닛산은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에 위치한 옷파마 공장은 폐쇄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에스피노사 사장은 “생산 시설 폐쇄 여부는 기능별로 판단할 것”이라며 일부 시험·연구 시설은 유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유동성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는 자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내년 3월 회사채 상환을 위해 영국 정부의 보증을 조건으로 2천억엔(한화 약 1조9000억원)을 추가 조달할 계획임을 밝혔다.
인력 2만 명 감축, 본사 매각도 검토 중

닛산이 겪고 있는 경영 위기의 깊이는 수치로도 드러난다.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닛산은 무려 6708억엔, 한화 약 6조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닛산은 2027년까지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17개 자동차 공장을 10곳으로 축소하고, 전체 인력의 약 15%에 해당하는 2만 명을 줄일 계획이다.
여기에 본사가 위치한 요코하마의 건물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닛산은 기업의 자산부터 인력, 파트너십까지 전방위적으로 ‘손질’하며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승부에 나선 셈이다.

한편 한때 르노와 함께 글로벌 자동차 연합을 구성해 세계 시장을 주도했던 닛산이 이제는 생존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이번 9500억원 규모의 지분 매각과 대규모 구조조정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