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값 10만 원 채우기가 무서워 전기차로 갈아타려 했는데, 벌써 보조금이 바닥났답니다.”
고유가 여파로 전기차 판매가 1분기에만 150% 넘게 폭증하면서, 전국 지자체 10곳 중 4곳의 보조금 곳간이 텅 비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에 따르면, 4월 초 기준 전국 160개 지자체 중 60곳의 올해 전기차 보조금이 이미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극심한 수요 둔화(캐즘)를 겪었던 전기차 시장이 중동 전쟁발 고유가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단숨에 반전된 결과다. 실제 올해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8만 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50.9% 급증했다.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총예산도 약 1조 5953억 7000만 원 규모로 편성됐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수요가 몰리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조기에 바닥난 상황이다.
기름값 폭탄이 부른 ‘EV 런’
이례적인 ‘보조금 오픈런’의 배경에는 팍팍해진 서민 경제가 자리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무섭게 치솟자, 생활비라도 아껴보려는 생계형 운전자와 직장인들이 앞다투어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로 눈을 돌린 것이다.
실제 1톤 화물 전기차 등 생계형 차종의 경우, 일부 지자체에서 상반기 보조금 물량이 일찌감치 소진되어 하반기 예산을 미리 끌어다 쓰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모처럼 불어온 전기차 훈풍이 예산 부족으로 꺾일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8일 열린 산업 포럼에서 정대진 KAIA 회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구매 수요가 실제 보급으로 차질 없이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지자체의 발 빠른 재정 지원 역할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비 먼저 빼쓰자” 다급한 업계
불과 1년 전, 전기차가 안 팔려 재고가 쌓이던 상황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극적인 대반전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한정된 예산 탓에 수백만 원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된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출고를 미루거나 아예 계약을 취소할 위기에 처했다.

보조금 유무가 차량 구매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유연한 자금 수혈이 시급한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예산 절벽을 막기 위한 즉각적인 정책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도입한 ‘국비 우선 지원 후 사후 정산’ 제도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활용해 당장의 보조금 공백을 메우고, 하반기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마중물 자금을 단단히 쥐어짜 내야 멈춤 없는 전동화 전환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