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현대차처럼 달라”…심상치 않은 상황에 대한민국 대표 산업 ‘초위기’

현대모비스 자회사 파업, 울산·광주 공장 멈춰
노조 “완성차 수준 대우”…하루 수천대 생산 차질
완성차, 핵심 부품 내재화 가속…산업 재편 우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들이 파업에 돌입하며 완성차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울산과 광주의 일부 공장이 멈췄고, 하루 수천 대에 달하는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관세 압박과 해외 인력 문제에 이어 부품 파업까지 겹치며 업계가 삼중의 부담을 안게 됐다.

9천만 원 연봉 노조, 완성차 수준 보상 요구

이번 파업의 중심에는 모트라스와 유니투스가 있다. 두 곳은 현대모비스가 효율화를 내세워 출범시킨 생산 전문 자회사로, 전자장치를 포함한 핵심 모듈을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한다.

노조는 고용 100% 보장과 완성차 수준의 임금·성과급을 요구한다. 회사가 제시한 월 7만8천 원 인상안은 현대차 노사 합의와 차이가 크다며 거부됐다.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부품이 끊기며 일부 라인이 멈췄고, 기아 오토랜드 광주에서는 스포티지·쏘울·셀토스를 만드는 1·2공장이 오후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하루 천 대 이상을 찍던 라인이 전자장치 모듈 부족으로 멎어버린 것이다.

파업이 길어지면 충격은 더 커진다. 적시생산방식에 의존하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부품 납품이 끊기면 곧장 조립 라인이 선다.

특히 2·3차 협력업체들은 버틸 여력이 부족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평균 연봉 9천만 원이 넘는 자회사 노조의 요구를 충족하려면 수천억 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완성차, 핵심 부품 직접 생산 카드 꺼내나

더 큰 우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다. 현대차는 전륜 변속기와 수소연료전지를 각각 2027년, 2028년부터 직접 양산하기로 했고, 배터리 같은 전동화 핵심 부품도 내재화를 추진한다.

기아 역시 핵심 동력장치와 친환경차 부품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파업 이후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변속기를 직접 만들기로 한 사례는 방향 전환의 신호탄이었다.

현대모비스 본사도 올해 임단협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과 성과급 400%에 1천550만 원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현대차 수준을 요구한다. 자회사 파업이 본사 협상에도 불씨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번 파업은 임금 갈등을 넘어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완성차가 핵심 부품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하면 부품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생산 차질이 문제지만, 더 큰 파장은 산업 생태계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기아만큼의 대우를 요구하는 자회사 노조의 파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업계 전체가 여파를 피할 수 없는 만큼, 더 늦기 전에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