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로 소비자 미국차에 쏠림 현상
유럽차는 뚝 떨어졌다
하반기 변수는 ‘가격’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선택이 뚜렷하게 바뀌고 있다.
수입차에 대한 25%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서, 포드와 GM 같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이 와중에 현대차는 선제 대응과 가격 전략으로 역대급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반면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고전 중이다. 상반기 가수요 효과가 꺼지면 하반기엔 또 다른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차 ‘환호’, 유럽차 ‘침체’

올해 2분기(4~6월) 미국 시장에서 포드는 총 61만 2,095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고, GM은 74만 6,588대로 7.3% 늘었다. 특히 포드의 고급 브랜드 링컨은 31%나 급증해 18년 만에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두 제조사 모두 전 브랜드에 걸쳐 고른 상승세를 보였고,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우려해 대형 브랜드 중심으로 구매를 서둘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관세 시행 전후로 약 17만 대의 차량이 가수요로 추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독일의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총 11만 636대로 25.9% 감소했다. BMW 역시 소폭 하락한 9만 884대를 기록했다. 미국·프랑스·이탈리아의 합작사인 스텔란티스는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콕스 오토모티브는 이들의 판매가 전년보다 12.3% 줄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 안 올린’ 현대차, 소비자 마음 사로잡다

그 와중에 눈에 띈 브랜드는 현대차다. 2분기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는 총 47만 3,240대를 판매해 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 단독으로는 전년 대비 10.3% 증가한 25만 5,579대를 팔아, 2분기 기준 역대 최고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제네시스의 경우에도 16.5% 증가하며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는 미국 내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가격 고수 전략’에 긍정적으로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말까지도 소비자들이 감당 가능한 가격을 유지하겠다”며,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판촉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차는 6월까지 수입차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3개월 치 재고를 미리 확보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했다. 이 덕분에 하이브리드 SUV ‘싼타페’는 2분기 미국 판매 중 40%가 HEV 모델로 채워지는 등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하반기, 관세 충격 본격화 예고

하지만 관세 충격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알릭스 파트너스는 연말까지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이 2,000달러(약 270만 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콕스 오토모티브는 올해 미국 신차 총 판매량이 전년 1,600만 대보다 1.8% 줄어든 1,570만 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차 시장의 역성장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이렇다보니 현대차 역시 가격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5월, 현대차가 전 모델의 가격을 약 1%가량 올릴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파커 본부장은 이를 일축하며,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전기차부터 수소차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준비해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올해도 다시 한 번 판매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미국 시장의 흐름은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관세, 소비 심리, 브랜드 전략이 복잡하게 얽힌 이 판도 속에서 누가 웃고, 누가 주저앉을지는 이제 하반기의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