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할 맛 나겠네” vs “이러다 다 뺏긴다”…정부 움직임에 운전자들 ‘술렁’

구글, 내비 전면 개방 땐 시장 지형 흔든다
T맵·카카오·구글, 각축 벌이는 ‘길 위 삼국지’
관광·AR까지…기술 진화가 이동 바꾼다
구글 지도 내비게이션
출처 : 연합뉴스

구글 지도의 내비게이션 기능 전면 개방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T맵과 카카오내비가 양분해 온 국내 시장의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구글 지도의 자동차 길안내는 실시간 음성 안내나 차선 유도 기능이 빠진 ‘반쪽짜리’ 서비스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안보 등을 이유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허용하지 않아, 구글이 자사 글로벌 서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핵심 프로세스를 실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의 결정으로 굳게 닫혔던 데이터의 빗장이 풀린다면, 구글 지도는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경로 탐색과 도착 시간 예측 등 완전한 형태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구글·SKT·카카오, 내비 전쟁 2라운드…‘길 위의 왕’은 누구?

구글 지도 내비게이션
출처 : 연합뉴스

이 변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구글이 기존 강자들과는 전혀 다른 무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T맵의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실시간 교통정보다.

SK텔레콤 가입자와 택시 등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 풀을 기반으로 한 경로 예측 정확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과속 단속 카메라나 운전 습관 연계 서비스 등 한국형 운전 환경에 가장 깊숙이 녹아들어 있다.

반면 구글 지도의 진가는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는 탐색의 단계에서부터 드러난다. 전 세계 사용자가 쌓아 올린 방대한 장소 리뷰와 사진, 영업시간과 혼잡도 정보는 목적지 선택의 질을 높인다.

포털에서 맛집을 검색해 주소를 복사한 뒤 내비게이션 앱에 붙여넣던 번거로운 과정을 앱 하나에서 끝내는 직관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 지도 내비게이션
출처 : 연합뉴스

여기에 “OK 구글, 다음 약속 장소로 안내해 줘” 한 마디면 일정을 확인하고 길안내까지 시작하는 구글 어시스턴트와의 연동성은 구글 생태계만이 가능한 독보적 편의성이다.

카카오내비 역시 카카오 T 플랫폼이라는 강력한 생태계를 방패로 삼는다. 도착 후의 택시 호출, 대리운전, 주차까지 ‘이동 이후의 경험’을 매끄럽게 연결하는 완결성은 뚜렷한 차별점이다.

AR부터 관광 편의까지…구글 지도, 판 흔드는 기술 변수

결국 시장은 교통정보의 T맵, 생활 밀착 생태계의 카카오내비, 글로벌 데이터 경험의 구글 지도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며 치열한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지도의 본격적인 참전은 국내 운전자뿐만 아니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희소식이다. 익숙한 앱으로 렌터카를 운전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돼 관광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구글 지도 내비게이션
출처 : 연합뉴스

또한 증강현실(AR)을 길안내에 접목하는 등 구글의 혁신 기술이 국내 시장에 빠르게 도입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정부가 여전히 안보 우려를 이유로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어 단기간 내 전면 허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구글의 등장을 시장의 체질을 바꿀 중요한 변곡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경쟁 심화는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종국에는 소비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리게 되는 발전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길을 찾는 기술의 진화가 우리의 이동 경험을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Copyright ⓒ 더위드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