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는데 진짜 나왔다”…포르쉐·페라리 오너 부럽지 않은 ‘괴물 신차’ 등장

900마력 수동 하이퍼카, 아날로그의 귀환
자가토 디자인으로 완성된 ‘시간을 견디는 아름다움’
카프리콘, 운전의 순수함을 되찾는 마지막 도전

독일 모터스포츠 기업 카프리콘이 이탈리아 디자인 하우스 자가토와 손잡고 ‘운전의 본질’을 되살리겠다고 나섰다.

자동 변속기와 주행 보조 장치가 차를 대신 운전하는 시대에, 이들은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으로 돌아갔다. 900마력 V8 엔진에 수동변속기를 단 하이퍼카, ‘카프리콘 01 자가토’가 그 선언의 결과물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자가토의 디자인 철학

이 차의 출발점은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다. 디지털화된 시대에 잊혀진 ‘운전의 감각’을 되찾겠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카본 파이버 섀시와 차체 덕분에 무게는 1200kg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에 포드의 5.2리터 슈퍼차저 V8 엔진이 얹혀 최고출력 900마력 이상, 제로백 3초 이내의 성능을 낸다.

힘은 뒷바퀴로만 전달되며, 5단 도그레그 수동변속기가 중심을 잡는다. 변속은 빠르고 거칠지만, 그만큼 생생하다.

스티어링 휠의 전자식 보조는 저속에서만 작동하고 고속에선 꺼진다. 노면의 질감과 차체의 반응을 그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브렘보의 6피스톤 캘리퍼와 카본세라믹 브레이크가 장착됐지만, 세팅은 ‘운전자가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

디자인은 자가토다운 우아함 속에 고집이 묻어난다. 최신식 카메라 미러 대신 전통적인 사이드미러를 고수했고, 거대한 스포일러 대신 공기 흐름을 이용한 그라운드이펙트 구조로 다운포스를 확보했다.

자가토 수석 디자이너 노리히코 하라다는 “50년 뒤에도 클래식 부가티 옆에 세워둘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내는 철저히 운전자 중심이다. 대시보드에는 거대한 아날로그 회전계가 자리하고, 시트는 섀시에 고정돼 있다. 대신 페달박스와 기어레버 위치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다양한 체형의 운전자가 완벽한 포지션을 찾을 수 있다.

걸윙 도어, 스티어링 휠의 주행 모드 다이얼, 최소한의 후방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불필요한 장식은 철저히 배제됐다.

‘운전자의 차’를 향한 집념, 카프리콘의 이름을 건 도전

19대 한정 생산되는 카프리콘 01 자가토의 가격은 세금 제외 295만 유로, 한화로 약 48억 원에 달한다. 유럽 도로 인증을 받아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 도로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다.

카프리콘은 과거 데 토마소 P72 제작을 맡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자사 이름을 내세워 ‘운전자를 위한 궁극의 하이퍼카’를 완성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이 대세가 된 시대 속에서도 여전히 엔진의 박동과 변속의 손맛을 잊지 못한 이들에게, 이 차는 마지막 남은 성역처럼 다가온다.

앞으로 이들의 도전이 어떤 울림을 남길지 주목된다. 한편, 카프리콘 01 자가토의 국내 출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