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왕복 거리, 주유 시간으로 충전”
LFP 배터리 한계 뛰어넘은 냉각 시스템 혁신
테슬라·벤츠·BMW 등 글로벌 업체들 뒤처져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가 5분 충전으로 470km를 주행할 수 있는 급속 충전 시스템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시장이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이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주유 시간과 맞먹는 초고속 충전 속도로,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던 충전 시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다.
내연기관 주유 속도에 견줄만한 혁신적인 충전 시스템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지시간으로 19일, BYD가 새로운 슈퍼 e-플랫폼 충전 시스템을 통해 업계 경쟁에서 선두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BYD의 새로운 충전 시스템은 1,000kW로 최대 1,000 암페어의 용량으로 충전한다. 이는 초당 약 2km의 주행거리를 충전하는 속도로, 5분 내로 470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서울과 부산 왕복 거리에 해당하는 전력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시간과 비슷하게 충전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시스템이 일반적으로 충전 속도가 느린 것으로 알려진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점으로 BYD는 더 정교한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활용해 서방 업체들보다 충전 속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사모펀드 모빌리티 임팩트 파트너스의 샤이 나타라잔 대표는 “BYD가 서방 업체들에 비해 더 정교한 배터리 냉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충전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고 말했다.
또한 BYD는 고체 전해질 기술을 통해 배터리 성능을 더욱 개선했고, 이에 따라 배터리의 충전 및 방전 속도에서 큰 발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전기차에 1,000V, 1,000A의 고출력 충전을 견딜 수 있는 실리콘 카바이드 파워 모듈을 장착했고, 전력 시스템 전압이 높아지면서 모터가 최대 3만 RPM까지 작동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경쟁사들 뒤처져

BYD의 이 기술은 안전성과 배터리 수명, 초고속 충전기 설치와 관련 비용 등 업계의 몇 가지 주요한 문제점을 극복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충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장거리 여행 시 주행거리 부족으로 불안하다는 기존의 지적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진전이다.
이에 비해 오랜 기간 전기차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해온 미국 테슬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큰 충전 네트워크인 슈퍼차저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15분 충전해야 320km의 주행거리를 낼 수 있어 성능이 훨씬 떨어진다.

또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고속 충전소를 이용해 10분 이내에 최대 325km까지 충전할 수 있는 새 전기차 모델 CLA 소형 세단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BMW도 30% 빨리 충전하는 새 배터리를 내놓았지만 10분 충전에 주행거리가 300km 정도다. 중국 내 배터리업체 CATL의 제품 성능이 그나마 나아서 10분 충전에 600km를 주행하는 배터리를 공개한 바 있다.
성장하는 BYD, 업계 판도 변화 예고

왕촨푸 BYD 회장은 발표회에서 이 새로운 EV 플랫폼을 탑재한 차량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단 2초 만에 도달할 수 있으며, 최대 속도는 300km/h에 이른다고 밝혔다.
앞서 왕 회장은 지난달 10일 전 차종에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눈'(天神之眼)을 탑재해 ‘전 국민 자율주행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중국 자동차 분석가 조안나 첸은 “이 첨단 EV 파워트레인은 BYD의 차세대 자동차 수요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는 새로운 모델 출시의 물결을 시작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컨설팅 회사 시노 오토 인사이트의 투 르 설립자는 BYD의 고속 충전 시스템과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압박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BYD는 몇몇 글로벌 업체를 폐업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BYD의 경쟁사들이 향후 몇 년 내로 BYD 충전 속도에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의 기술력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