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해전에서 항공모함 전단은 한 국가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무적의 전력으로 통한다.
하지만 아무리 막강한 화력과 천문학적인 건조 비용을 자랑하는 최신형 항모라도, 결국은 쇳덩어리와 배관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기계일 뿐이다.
최근 미국의 최신예 항공모함이 적의 공격이 아닌 내부 화재와 정비 문제로 작전에서 이탈하면서, 무기 체계의 ‘유지보수’가 전투력 유지에 얼마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18조 원짜리 최강 항모의 씁쓸한 작전 이탈
외신에 따르면 미 해군의 최신이자 최대 규모 항공모함인 제럴드 R. 포드함이 최근 크로아티아 스플릿 항구에 입항해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포드함은 건조 비용만 약 130억 달러(한화 약 18조 원)가 넘게 투입된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거대한 군함이다. 이러한 미국의 핵심 전략 자산이 수리를 위해 기항하게 된 원인은 적과의 교전이 아닌 함내에서 발생한 비전투 화재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함은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와 이란 관련 작전에 투입되며 고강도 임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장기간 이어진 긴급 전개와 해상 작전은 함정의 피로도를 급격히 높였고, 결국 예기치 않은 내부 화재와 설비 문제로 이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펙을 갖춘 18조 원짜리 항모조차 부품 결함과 내부 사고 앞에서는 체면을 구기고 작전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강도 장기전, 결국 승패는 ‘유지보수’
전문가들은 이번 포드함의 크로아티아행이 해군력의 본질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쟁이나 장기 대치 상황에서 항모 전단의 실제 전투력을 결정짓는 것은 탑재된 전투기의 숫자나 레이더의 성능만이 아니다.
오히려 수천 명의 승조원이 생활하는 함정 내부의 화재 관리, 노후화된 배관의 교체, 정기적인 부품 수급 등 후속 군수지원과 유지보수 능력이 전투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바다 위에서 수개월씩 고립된 채 고강도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해군 특성상, 장비의 기계적 피로와 승조원의 피로도는 전력 누수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결국 실전에서는 화려한 무기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고장 난 장비를 얼마나 빨리 고치고 전장에 다시 투입할 수 있는지가 전체 작전의 승패를 가르게 된다.
한국 해군 전력 구축에 던지는 시사점

초대형 항모의 씁쓸한 작전 이탈은 대양해군을 지향하며 대형 함정 건조를 꾸준히 추진해 온 한국 해군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거 국내에서는 경항공모함이나 대형 구축함 도입을 두고 ‘얼마나 크고 강한 배를 살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미국 포드함의 사례는 대형 함정을 건조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지속적으로 굴릴 수 있는 정비 인프라와 군수 지원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큰 배를 확보하더라도, 이를 수리할 도크가 부족하거나 부품 수급망이 원활하지 않다면 유사시 그 배는 고철 덩어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새로운 무기 도입에 앞서 기존 전력을 얼마나 내실 있게 유지하고 보수할 수 있는지, 군의 군수 지원 생태계를 다시 한번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