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관습적으로 불러온 ‘북한’이라는 단어 대신,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을 불러주자는 통일부의 공론화가 한반도 안보 지형에 거대한 파장을 낳고 있다.
통일부는 최근 정동영 장관이 학술회의 등에서 제안한 ‘조선’ 국호 사용 방안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론화하고 절차를 거쳐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을 조선으로 개명하자는 뜻이 아니라, 대화 상대를 향한 외교적 호칭을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대화의 문턱 낮추려는 ‘상호 존중’의 승부수
정동영 장관이 ‘조선’ 호칭을 꺼내든 논리적 배경에는 철저한 상호주의가 깔려 있다.

과거 북한은 한국을 ‘남조선’ 혹은 ‘괴뢰’라 칭했으나, 최근 들어 국제무대와 내부 매체를 통해 한국을 공식 국호인 ‘대한민국’ 또는 ‘한국’으로 뚜렷하게 지칭하기 시작했다.
통일부의 구상은 이렇게 변화한 상황에서 우리 역시 북한을 일방적인 방향 명사인 ‘북한’으로 부르지 말고, 그들이 헌법에 명시한 공식 국호(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약칭인 ‘조선’으로 불러주자는 것이다.
국제석상에서 자신들을 북한이라 부르는 데 항의해 온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먼저 존중의 예의를 갖춰 얼어붙은 남북 대화의 문턱을 낮춰보겠다는 외교적 승부수다.
김정은의 ‘두 국가론’ 함정에 빠질 안보적 딜레마
하지만 대화를 위한 선의의 제스처가 안보 전략의 뼈대를 허물어버리는 치명적인 독배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 핵심에는 북한이 우리를 ‘대한민국’이라 부르는 진짜 이유가 숨어 있다.
북한이 호칭을 바꾼 것은 우리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에서 ‘철저히 타자화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안보 전략 때문이다.
만약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을 ‘조선’이라는 별개의 국가로 인정해 부를 경우, 북한이 파놓은 ‘적대적 두 국가론’의 함정에 우리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는 분단 70년간 유지해 온 평화 통일의 당위성을 허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상적인 주권국가로서 정당성을 합법적으로 쥐여주는 셈이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헌법 위반 논란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은 별개의 국가가 아니라 한반도 북반부를 불법 점거한 반국가단체로 해석된다.
정부 부처가 공식적으로 조선이라는 국가를 인정하는 호칭을 사용할 경우, 국가의 근간인 헌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통일부 스스로 그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상대방을 존중해 대화를 열겠다는 명분이, 자칫 70년 안보의 기틀을 송두리째 흔드는 벼랑 끝 전술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