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거침없는 군사·외교적 팽창 노선이 뜻밖의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전쟁을 강하게 비판한 레오 14세 교황을 정면으로 맹비난하면서,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가 충돌하는 전례 없는 긴장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해외 전장에서 시작된 불똥이 공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 가톨릭계의 이탈로 번지면서, 백악관의 국정 동력마저 흔들리는 양상이다.
“중세 시대냐”… 14억 가톨릭의 분노

두 지도자의 정면충돌은 중동의 전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즉위한 최초의 미국인 교황 레오 14세는, 최근 이란 전쟁이 발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위협을 겨냥해 “정말 용납할 수 없다”며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레오 14세는 범죄에 약하고 외교 정책에서도 형편없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심지어 “자신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가 교황이 된 것”이라는 깎아내리기까지 서슴지 않았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러한 행보가 정치적 금기를 깬 최악의 악수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오랜 기간 바티칸을 관찰해 온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국가 원수가 로마 교황을 거짓말쟁이라 비난하던 중세 시대로 회귀한 것 같다”는 날 선 평가를 내놓았다.
공화당 보수 진영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적으로 무례하다며 즉각적인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백악관, 부메랑 맞은 강경 노선
가장 뼈아픈 대목은 이번 사태가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 붕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가톨릭 유권자들은 지난 2024년 대선에서 낙태와 성소수자 문제 등에 반발해 바이든 대신 트럼프에게 무려 20%P 차이의 기록적인 몰표를 던진 바 있다.

하지만 이란 전쟁 이후 시작된 교황과의 마찰로 인해 가톨릭 신자들의 트럼프 지지율은 1년 전 48%에서 최근 41%까지 급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차기 대권 주자이자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핵심 참모들 역시 깊은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이 교황을 비판할 수도, 대통령을 거스를 수도 없는 난처한 입장에 처하면서 보수 가톨릭 단체들은 “이 순간의 침묵은 중립이 아닌 공모”라며 백악관을 향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중동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던 강경한 외교 노선이 역으로 미국 정치 최중심부의 분열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