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르면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 사이 베트남과 호주를 잇따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경제 안보를 앞세운 새로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구상이 제시될 전망이어서, 대중국 견제망의 무게중심도 군사 안보에서 공급망과 자원 안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항행의 자유와 법의 지배, 해양 안보를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번 구상은 희토류와 핵심 광물, 에너지 공급망이라는 실물 경제의 취약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0년 만의 진화, 바다 넘어 ‘희토류’를 겨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다카이치 총리는 베트남과 호주 방문을 계기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와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역내 경제 안보 협력망 강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6년 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본격적으로 주창한 FOIP는 인도·태평양에서 법의 지배와 항행의 자유, 해양 질서를 강조하는 전략적 구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이 첨단 산업과 자원 통제로 확산되면서, 일본의 FOIP 역시 단순한 해양 안보 구상을 넘어 공급망 방어와 경제 회복력 강화라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희토류와 핵심 광물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첨단 무기 체계에 모두 필요한 전략 물자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일본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곧 국가 안보 문제로 떠오른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내세울 새 구상의 핵심은 베트남과 호주 같은 역내 핵심 파트너를 일본 중심의 경제 안보 네트워크에 더 깊이 끌어들이는 데 있다.

베트남은 일본이 FOIP 추진의 핵심 파트너로 보는 동남아 국가이며, 생산기지와 공급망 재편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호주는 일본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이자 희토류·핵심 광물 협력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여기에 중동 정세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일본은 희토류뿐 아니라 LNG와 석탄 등 에너지 공급망 안정 문제도 이번 순방의 주요 의제로 다룰 가능성이 크다.
거세지는 자원 블록화, 韓 산업계 공급망 재편 ‘가속’
이처럼 역내 거점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 안보 블록화가 빨라지는 흐름은,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 광물 상당수를 해외에 의존해 온 한국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희토류·핵심 광물 협력망을 넓힐수록, 한국 산업계 역시 기존의 중국 중심 공급망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방산 산업은 특정 광물의 공급이 막히는 순간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공급망은 단순한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동맹과 경제 안보 전략이 결합된 생존 인프라가 되고 있다.
다만 한국 정부 역시 이러한 흐름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2022년 말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뒤, 역내 가치 공유국들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주도의 핵심 광물 협력 체계에 참여하는 동시에, 호주와 동남아 국가들과의 공급망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결국 다카이치표 신 FOIP가 보여주는 경제 안보 패러다임 전환은 한국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앞으로의 인도·태평양 경쟁은 군함과 미사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희토류 광산, 정제 시설, 에너지 항로, 배터리 소재 계약이 모두 안보의 최전선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이 기존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일본·미국·호주·베트남 등과 연결되는 다층적 공급망 방어망을 더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이 한층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