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계약하려던 세입자가 세금 체납 확인 서류를 요구하길래,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그냥 딴 집 가시라고 내쳤습니다. 조건에 맞는 다른 사람을 골라 받으면 되니까요.” (경기 성남시 임대인)
“전세가 아예 없다면서 월세 113만 원을 내라는데 눈앞이 캄캄하더라고요. 대출을 영끌해서라도 전세를 찾고 싶지만,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이니 짐을 쌀 수밖에요.” (서울 마포구 임차인)
수도권 임대차 시장 현장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엇갈린 탄식들이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 규제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시장의 권력이 집주인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까다로운 선별 과정을 통과하지 못해 순수 전세를 놓친 세입자들은 매월 100만 원이 훌쩍 넘는 막대한 ‘강제 월세’를 떠안으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반토막 난 전세 매물…갑이 된 집주인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과 업계 집계표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 5389건으로 파악됐다. 이는 1년 전인 2만 8139건과 비교해 사실상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수치다.
이처럼 매물 가뭄이 극심해진 배경에는 정부의 다주택자 세금 강화와 실거주 의무 등 강력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세금 압박을 느낀 집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거나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 집주인이 임차인의 아이나 반려동물 유무를 면접 보듯 따지거나, 정당한 권리인 납세 증명 요구마저 배짱으로 튕겨내는 촌극이 벌어지는 이유다.
시장에 나오는 물건마저 순수 전세보다는 반전세나 월세 형태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집계 결과를 보면 4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 약 3만 건 가운데 49%가 월세 매물로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대출이 막힐까 봐 기피하던 융자 낀 매물조차 나오기가 무섭게 계약이 체결될 정도로 세입자들에게는 선택지가 사라졌다.
2년에 2700만 원 증발…강제 월세의 늪
이러한 전세 매물 실종 사태는 곧바로 가혹한 주거비용 청구서로 세입자들에게 날아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전월보다 326만 원 상승한 6억 149만 원으로 조사되며 3년 4개월 만에 6억 원 선을 돌파했다.
만약 이 6억 149만 원짜리 전세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보증금을 3억 원으로 낮춘 반전세 계약을 맺는다고 가정해 보면 세입자의 재무적 타격이 명확해진다.

전세 보증금 차액인 3억 149만 원에 대해 현행 법정 전월세 전환율인 4.5%를 적용해 계산할 경우, 세입자가 매월 집주인에게 지불해야 하는 반전세 월세는 약 113만 원에 달한다.
이를 통상적인 2년의 임대차 계약 기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2713만 원의 생떼 같은 현금이 순수 방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규제라는 명분 아래 파생된 공급 위축이 무주택 서민들의 피 말리는 지출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며, 임대 물량 숨통을 틔워줄 세심한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