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체육계의 수뇌부에 깊숙이 자리 잡은 맹목적인 혐한 인식이 결국 한 스포츠 권력자의 치명적인 몰락을 불렀다.
기타노 다카히로 일본 올림픽위원회 부회장 겸 일본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연맹 회장이 한국인 비하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다 13일 모든 직책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최초 사과문을 통해 직을 유지하려던 그의 안일한 대처는 싸늘한 여론의 역풍 앞에 반나절 만에 무너졌다.
14년 동안 동계 종목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던 인물이 시대착오적인 차별 발언으로 외교적 오명까지 쓰며 초라하게 쫓겨난 셈이다.
통제되지 않은 폭언과 혐오의 민낯

이번 논란의 도화선은 일본 탐사보도 매체 슬로뉴스가 지난 11일 전격 공개한 내부 회의 녹취록이었다.
지난 2월 열린 연맹 이사회에서 기타노 회장은 자국 봅슬레이 남자 대표팀이 연맹의 어처구니없는 행정 실수로 2026 밀라노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상황을 두고 특정 이사를 강하게 질책했다.
해당 이사가 조직 개선과 한국 등 아시아 팀과의 협력 확대를 제안하자, 기타노 회장은 “결과 분석은 바보나 한국인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한국인 비하 멸칭을 섞어 막말을 했다. 공적 체육 단체장이 공식 회의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다.
그의 비뚤어진 인식은 단순한 일회성 말실수가 아니었다. 복수의 연맹 내부 관계자들은 기타노 회장이 과거부터 한국은 도저히 신용할 수 없는 국가라고 폄훼하며 한국 대표팀과의 훈련 협력 제안을 번번이 묵살해 왔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일부 일본 선수들은 썰매 종목 인프라가 훌륭하게 갖춰진 한국에서 효율적인 전지훈련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유가 회장의 뿌리 깊은 반한 감정 때문이었다는 씁쓸한 사실을 연맹 직원들을 통해 뒤늦게 전해 들어야만 했다.
개인의 편협한 감정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쟁력 강화 기회마저 가로막은 것이다.
꼼수 사과문이 부른 14년 권력의 자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기타노 회장은 12일 오전 연맹 홈페이지를 통해 인식의 안이함을 깊이 반성한다는 사과문을 서둘러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사과문에는 앞으로도 계속 직무에 힘쓰겠다는 문구가 교묘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거센 여론의 비판을 일시적으로 회피한 뒤 지난 2012년부터 14년째 유지해 온 연맹 회장직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노골적인 꼼수였다.

이러한 오만한 태도는 오히려 한층 더 거센 분노를 샀다. 올림픽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는 혐오 발언을 내뱉고도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 한다는 거센 비판이 일본 체육계 안팎에서 들끓었다.
여론 압박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자 기타노 회장은 사과문을 게재한 지 불과 반나절 만인 12일 오후 부회장직과 연맹 회장직에서 쫓겨나듯 사임계를 제출했다.
기타노건설 대표이사 회장이라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본 동계 썰매 종목을 좌지우지하던 거대한 권력이 한순간에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이번 사태는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타국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가 어떻게 자국 선수들의 기회를 앗아가고 결국 제 무덤을 파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오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남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