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큰맘 먹고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처방받은 직장인 A씨는 약국 계산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 치 약값으로 수십만 원의 거금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를 구하려는 환자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약의 효과보다 한 달 약값이다. 치료 효과가 아무리 최고라 해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치료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비만약을 국가 건강보험 안으로 끌어들이는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다가오는 7월부터 한 달 약값을 단돈 50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
우리 돈으로 약 7만 5,000원만 내면 되는 구조다. 보험이 없을 때 약값이 130만 원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환자들의 비용 장벽을 파격적으로 낮춘 셈이다.

미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비만을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리해야 할 위험한 만성질환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도 선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일본은 정부가 비만약 가격을 통제하는 공적 건강보험 안에 위고비를 포함시켜 환자의 체감 부담을 확 낮췄다.
일본의 고용량 기준 한 달 공식 약가는 약 4만 2,960엔으로 우리 돈 41만 원 선이다. 하지만 환자가 보험 적용을 받으면 실제 내는 돈은 이보다 훨씬 적어진다.
물론 일본도 아무나 싸게 맞을 수는 없다.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한국은 전액 환자 부담인 ‘비급여’

반면 대한민국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비만 치료와 약값은 국가 건강보험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이다.
현재 국내 위고비 가격은 한 달에 최고 42만 원, 마운자로는 55만 원 수준이다. 미국이나 일본의 보험 혜택과 비교하면 한국 환자들의 지갑 부담이 유독 크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비만약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국가의 재정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정부 내의 구체적인 논의는 쉽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용 목적과 치료 목적을 나눠야 한다
가장 큰 쟁점은 역시 예산이다. 살을 빼려는 모든 사람에게 건보 혜택을 주면 재정이 바닥나 정작 다른 암 환자나 희귀병 환자들을 도울 돈이 부족해질 수 있다.

반대로 중증 비만 환자를 초기에 치료하면, 나중에 생길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합병증 치료비를 미리 아껴 장기적으로는 국가에 이득이라는 반론도 팽팽하다.
결국 핵심은 단순히 미용을 위해 살을 빼려는 사람과, 건강이 위험해 진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정밀하게 구별해 내는 촘촘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한국에서 비만약 값이 비싸고 병원마다 제각각인 이유는 가격이 시장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비교해 보지 않으면 똑같은 약을 훨씬 비싸게 사기도 한다.
미국의 7만 원과 한국의 42만 원은 단순한 약값 차이를 넘어선다.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내가 국가의 치료 기준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