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30일간 면제하는 이례적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정작 이란은 “공급할 물량 자체가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 재무부는 20일(현지시간) 같은 날 자정 이전에 선박에 적재된 이란산 원유 및 석유제품의 판매·인도·하역에 관한 모든 거래를 오는 4월 19일까지 허용하는 일반 면허를 발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북한, 쿠바, 크림반도 등 특정 지역과 관련된 거래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호르무즈 봉쇄가 촉발한 유가 급등

이번 조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맞대응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긴 데 따른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흐름의 약 31%인 하루 약 1300만 배럴이 통과하는 핵심 수로다.
이란은 지난 3월 3일 러시아·중국 소유 선박만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WTI는 배럴당 99달러, 브렌트유는 10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은 앞서 13일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1억 4000만 배럴”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번 조치로 약 1억 4000만 배럴을 신속히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이 물량은 전 세계 원유 수요를 약 1.5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크 왈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CNN 타운홀 미팅에서 이번 조치가 “이미 선박에 실렸거나 저장된 원유를 대상으로 한 매우 일시적인 조치”라며, 인도·일본 등 일부 동맹국에 한해 한시적으로 원유 유입을 허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 “심리전일 뿐”…시장도 냉담한 반응

이란 석유부 대변인 사만 고두시는 엑스(X)를 통해 “현재 이란에는 해상에 떠 있는 원유도, 국제 시장에 공급할 잉여 물량도 사실상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베선트 장관의 발언이 “구매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시장을 심리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 원유 수출 구조상 미국의 조치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란 해상 원유의 89~91%는 이미 중국이 흡수하는 ‘준단일구매자’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실제로 풀어낼 수 있는 잔여 공급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해상 운송 분석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교통량이 “가느다란 실” 수준으로 줄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경우, 아시아 에너지 수입국들의 공급망 다변화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HMM 등 한국 해운사는 이미 중동 신규 화물 예약 중단과 운임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