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화약고가 터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기름값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남몰래 활짝 웃고 있는 유일한 국가는 미국이라는 냉소 섞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 주부터 무려 1억 7천200만 배럴의 국가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방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발발해 국제 유가가 최고점을 찍은 지금, 창고에 쌓아둔 기름을 비싸게 팔아치우는 미국의 행보는 그야말로 완벽한 ‘고점 매도’ 전략처럼 보인다.
국가 단위의 완벽한 갭투자? 쏠쏠한 차익 실현
표면적으로만 보면 미국의 이번 조치는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기가 막힌 장사다. 과거 기름값이 쌀 때 사두었던 비축유를 전쟁 프리미엄이 잔뜩 낀 현재의 고가에 대량으로 내다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국제 유가가 다시 안정세로 접어들었을 때 싼값에 기름을 사서 창고를 다시 채워 넣으면 그만이다.
일각에서 미국이 중동의 긴장감을 은근히 즐기거나 전쟁을 유도해 유가를 끌어올린 뒤, 자국의 막대한 석유 재고로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음모론 섞인 비판이 나오는 것도 논리적으로는 무리가 아니다.
장삿속보다 다급한 ‘정치적 생존’
하지만 미국이 단순히 시세 차익이라는 푼돈을 벌기 위해 국가 안보의 핵심인 비축유 창고를 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면에는 미국 내 물가 폭등과 싸늘해지는 민심을 달래야 하는 훨씬 더 다급하고 절박한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곧바로 대통령의 지지율과 직결되는 가장 민감한 경제 지표다. 당장 폭등하는 주유소 미터기를 잡아끌어 내리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의 늪에 빠져 정권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국가 예산을 조금 더 불리는 것보다, 폭발하기 직전인 자국민의 불만을 잠재우고 내수 경기를 방어하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목적이다.
빈 곳간의 공포, 결코 ‘이득’만이 아닌 이유
게다가 비축유를 푸는 것이 미국 전체에 무조건적인 대박을 가져다주는 시나리오도 아니다. 전략비축유는 돈을 벌기 위한 투자용 자산이 아니라, 국가적 재난이나 원유 수입 봉쇄 상황에 대비해 땅속에 묻어두는 최후의 비상용 안전판이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겠다고 1억 배럴이 넘는 막대한 기름을 쏟아내면, 미국의 에너지 안보 취약성은 그만큼 앙상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 정부가 시장에 대규모로 기름을 풀면 공급이 늘어나 유가 상승세가 꺾이게 되므로, 끝까지 최고가에 비싸게 파는 구조조차 성립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중에 창고를 다시 채워야 할 시점에 유가가 미국의 예상처럼 싸게 떨어져 주리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
결국 이번 비축유 방출은 겉으로는 전쟁 특수를 누리는 영악한 돈벌이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폭발하는 국내 물가 압박에 쫓겨 국가의 비상 금고를 털어 써야만 하는 뼈아픈 고육지책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