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양극화 심화
똘똘한 한채 현상 가속
토허제 해제 영향 분석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울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처음 3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서울 전체가 다 오른 게 아니라 특정 지역만 상승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이 25일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10억398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12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특히 아파트가 이런 상승세를 이끌었다.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13억2965만원에서 이달 13억4543만원으로 한 달새 1577만원이나 뛰었다.
강남권 독주, 나머지는 제자리걸음
서울 내 아파트 가격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벌어졌다. 상위 20%와 하위 20% 아파트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이 5월 11.6배를 기록했다. 이 역시 KB부동산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상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0억942만원으로 처음 3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는 4억9044만원에 그쳤다. 같은 서울이지만 6배가 넘는 가격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이런 양극화 현상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5월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초구가 1.9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양천구 1.86%, 강남구 1.76%, 성동구 1.15% 순이었다. 서초구는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계속 나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 전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구가 오른 건 아니다. 금천구는 -0.07%, 강북구 -0.05%, 노원구 -0.04%, 도봉구 -0.01%로 오히려 하락했다. 서울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완전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똘똘한 한채’ 열풍이 만든 기현상

이런 기현상의 배경에는 ‘똘똘한 한채’ 열풍이 있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여러 채 소유보다는 가치 높은 핵심 지역 아파트 한 채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다. 투자자와 실수요자 모두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한 채”를 찾게 되면서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핵심 지역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양도세, 종부세 부담을 크게 높이고 토지거래허가제 등 거래 제한 정책을 병행한 결과다.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자 모든 관심이 ‘최고 입지의 한 채’로 쏠린 것이다.
여기에 2023년 서울시가 잠실, 삼성, 대치, 청담 등 일부 지역의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거주 2년 의무가 사라지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다시 가능해지면서 해당 지역 거래량이 늘어났다.
전국과 대조되는 서울의 특수성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서울의 특수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달 5억2543만원이었고, 수도권은 7억7018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인 13억4543만원과는 큰 격차가 있다.
5분위 배율로 보면 서울은 11.6배인 반면 전국 평균은 6.1배다. 5개 광역시 중에서는 부산이 6.3배, 울산이 6.2배로 6배를 넘는 곳이 있지만 서울의 11.6배에는 한참 못 미친다.
전셋값도 오르고 있지만 매매가에 비해서는 상승폭이 작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전월 6억4144만원에서 이달 6억4281만원으로 소폭 올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런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핵심 지역의 공급 부족과 똘똘한 한채 수요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