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조각된다?”…’화들짝’ 놀란 한은, 결국 팔 걷어붙힌 이유 봤더니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쟁 가열
한은 “통화정책에 영향 커…인가 권한 필요”
기관 간 ‘규제 주도권’ 샅바싸움 예고
한국은행 예금 토큰
출처: 연합뉴스

“화폐가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최근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디지털 화폐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스테이블코인이 대체 뭐길래?

스테이블코인이란 쉽게 말해 ‘안정적인 가치를 가진 디지털 화폐’이다.

스테이블 코인
출처 : 뉴스1

일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가격이 하루에도 크게 오르내리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원화 같은 실제 화폐와 1:1로 연동되어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1달러와 연동된 테더(USDT)라는 스테이블코인 1개는 항상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송금이나 온라인 결제에 실제로 사용되고 있으며, 은행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만약 원화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널리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은행은 이런 상황이 오면 자신들이 발행하는 실제 화폐(원화)의 역할이 줄어들고,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
스테이블 코인 / 출처 : 뉴스1

한국은행 고경철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9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동향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은 “스테이블코인, 통화정책에 중대한 영향…우리도 인가 과정에 참여해야”

고 팀장은 이 자리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발행자 진입 규제와 관련해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원화와 1대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될 경우 법정 통화인 원화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고,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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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 / 출처 : 뉴스1

실제로 USDT(테더) 등 미국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해외 송금이나 결제 분야에서 달러 대신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고 팀장은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블록체인 전문 기업인 DSRV 랩스의 서병윤 미래금융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해 사흘 걸리던 정산이 몇 초로 줄게 되면 통화 유통 속도도 달라질 것”이라며 “어느 정도 통화당국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 맞다”고 평가했다.

가속화되는 스테이블코인 논의, 한은은 ‘신중론’ 견지

스테이블 코인
출처 : 뉴스1

이번 발표는 한은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구체화한 내용이기도 했다.

한은은 지난달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통화 주권을 침해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외부 충격으로 코인 투매가 발생하면 관련 리스크가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되면서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USDT 등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상황이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허용할 거냐 말 거냐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더욱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스테이블 코인
스테이블 코인 / 출처 : 뉴스1

현행법상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에서 아직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통화당국으로서 규제 권한을 놓치지 않으려는 한은의 물밑 포석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이 지난달 24일 공개한 디지털자산기본법 1호 법안 초안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권한을 한은이 아닌 금융위원회가 갖도록 규정했다.

스테이블 코인
출처 : 연합뉴스

이에 고 팀장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완전히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테이블코인, 왜 주목받나

스테이블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하루에도 큰 폭의 가격 변동이 일어나지 않아 실생활 결제나 금융 서비스에 활용도가 높다.

특히 국제 송금 분야에서는 기존 은행 시스템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국경을 넘는 송금이 가능해 주목받고 있다.

환전 수수료와 송금 지연이 거의 없으며, 실시간으로 자금 이동이 이루어지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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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법정화폐를 직접 취급하기 어렵거나 규제 이슈가 있을 때, 스테이블코인이 기축통화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은 담보, 대출, 예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의 기반 자산으로 활용되며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각국 중앙은행과 규제당국은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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