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있으면 제철인데 “싹 사라져 못 먹는다?”…초비상 상황, 대체 무슨 일?

금징어 시대 개막, 가격 1년 새 143% 폭등
전국 오징어 생산량 2004년 대비 16분의 1
기후변화와 남획이 부른 해양생태계 비상
오징어
오징어 생산량 급감 / 출처 : 연합뉴스

곧 여름 제철 시즌을 맞는 오징어가 식탁에서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했다. 한국 바다에서 사라져가는 오징어는 이제 ‘금징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값이 치솟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연근해 살오징어 생산량은 역대 최저인 1만3천546t에 그쳤다. 2004년 21만3천t에 비하면 약 1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수치다.

불과 20년 만에 ‘오징어 대란’… 생산량 급감 현실

제주 해역은 그동안 오징어 주산지는 아니었지만, 이곳에서도 그 감소세는 뚜렷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의 살오징어 생산량은 2004년 2천151t으로 2천t을 넘었으나, 지난해에는 435t에 그쳤다. 최근 3년 연속으로 500t도 넘기지 못한 상황이다.

오징어
오징어 생산량 급감 / 출처 : 연합뉴스

전국적으로도 오징어 생산량은 심각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이후 10만t 이상을 유지하던 생산량은 2017년 처음으로 10만t 아래로 떨어진 후, 2021년 6만1천t을 기록한 이래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수년 내 생산량이 수천t 수준으로 쪼그라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수경 연근해자원과장은 “현재 오징어 자원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오징어 유생 조사 밀도도 좋지 않아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금징어’ 시대… 작년보다 가격 143% 폭등

오징어 생산량 급감은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연근해 신선냉장 오징어의 평균 산지 가격은 지난달 1kg당 9천511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천908원)보다 무려 143.4%나 폭등했다. 도매가격 역시 1만9천332원으로 12.9% 상승했다.

오징어
오징어 생산량 급감 / 출처 : 연합뉴스

다행히 소비자가격은 정부 할인 지원 영향으로 한 마리에 8천938원으로 작년보다 0.6% 하락했지만, 평년보다는 여전히 37.0% 비싼 수준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금징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오징어 가격이 부담스러워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수산물은 작년 동월 대비 4.9% 올라 2023년 8월(6.0%)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연근해 어업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라 앞으로도 수산물이 먹거리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와 남획이 부른 재앙… 어획량 감소는 오징어만의 문제 아니다

오징어의 씨가 말라가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남획을 꼽는다.

오징어
오징어 생산량 급감 / 출처 : 연합뉴스

국립수산과학원 강수경 과장은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는 1990년대 우리나라 해역의 수온이 올라가 서식에 적합해지면서 어획량이 급증했으나, 최근에는 수온이 너무 높아져 오징어가 북상하거나 어군이 분산되어 조업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이 오징어를 지나치게 많이 잡아 자원량이 크게 줄었다”며 남획 문제도 지적했다.

오징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연근해 어획량은 전년보다 11.6% 줄어든 84만1천t에 그쳤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1980년대 평균 151만t 수준에서 2000년대 116만t으로 급감했고, 2020년대에는 93만t으로 감소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중성 어종으로 꼽히는 고등어와 갈치 어획량은 지난해 각각 17.4%, 26.6% 줄었다. 수산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부터 살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했고, 멸치와 고등어도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다.

오징어
오징어 생산량 급감 / 출처 : 연합뉴스

반면 주요 난류성 어종인 방어, 전갱이, 삼치는 지난 40년간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이 해양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양식업 역시 고수온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작년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업 피해액은 1천430억원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다. 물고기의 집단 폐사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자원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한국인의 식탁에서 오징어를 비롯한 전통적인 수산물을 찾아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다 생태계의 변화가 우리 식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 수산자원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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