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이 3,420억 원 규모의 친환경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2척을 수주하며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의 22%를 달성했다.
이번 수주는 단순히 실적의 숫자를 채웠다는 의미를 넘어, 삼성중공업이 추진 중인 ‘가스선 라인업 다각화’ 전략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 머물지 않고, 에탄과 액화석유가스(LPG), 나아가 암모니아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따로 또 같이’…설계 자산 공유로 기술 시너지 극대화
선박 시장 밖에서는 LNG선, 에탄선, LPG선이 각각 다른 영역의 선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선사 입장에서 이들은 핵심 기술을 공유하는 밀접한 혈맹 관계에 가깝다.

이들 가스선의 공통점은 기체 상태의 화물을 영하의 극저온 상태로 액화해 부피를 줄인 뒤, 안전하게 운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스선의 경쟁력은 화물창의 보냉 기술과 운항 중 기화되는 가스를 다시 액체로 만드는 재액화 시스템 등 핵심 극저온 기술력에서 판가름 난다.
삼성중공업이 가스선 라인업을 넓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기술 시너지’에 있다.
특정 선종에서 축적한 화물 처리 시스템(CHS)이나 친환경 연료 추진 설계 자산을 다른 가스선 건조에 유연하게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선박을 개발할 때 들어가는 연구개발(R&D)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여주고, 기자재 공급망을 표준화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암모니아 시대 향한 징검다리, ‘무탄소’ 주도권 포석
이번에 수주한 VLGC가 LPG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운반까지 겸할 수 있는 다목적 선박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글로벌 해운업계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소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암모니아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로 급부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LNG 중심 체제가 향후 10년 내에 암모니아와 수소 등 무탄소 연료 생태계로 점진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 다양한 가스선을 건조하며 액화 및 화물창 제어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은, 다가올 무탄소 선박 시장의 기술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필수적인 징검다리인 셈이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특정 선종에 수주가 편중될 경우 시장 변동성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친환경 가스선 건조 실적을 쌓아두면, 향후 선주사들이 차세대 연료 추진선을 발주할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