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아빠가 미안해”, “매일 피땀 흘려 일해도”… 씁쓸한 현실에 서민들 ‘허탈’

서울 아파트 증여 역대급 급증세
‘부모 찬스’로 부의 대물림 심화
근로소득으로 희망 잃는 청년들

부동산 가격 급등 속에서 소위 ‘똘똘한 한 채’를 자녀에게 물려주려는 서울의 증여 움직임이 폭증하며 부의 대물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에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전문직이 돼도, 부모님의 도움 없이 내 집 마련은 꿈도 꾸기 어렵다.” 자산 격차에 좌절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증여 폭증, 2년 9개월 만에 최대치

최근 서울에서 주택을 매매 대신 증여를 통해 자녀에게 물려주는 흐름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에서 부동산 증여를 통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수증인은 2107명으로, 지난 8월(1462명) 대비 44.1% 늘어난 수치다. 이는 2022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2000명을 넘긴 기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 상승세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5.53%로, 강남, 서초, 동작, 강동구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증여 신청이 두드러졌다.

특히 70세 이상 부모가 30~40대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

토지거래허가제 회피, 세무 당국 조사 강화

증여 급증의 배경에는 집값 상승 기대감뿐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부모들이 증여에 나서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증여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되어 규제를 피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국세청은 소득 없는 취업준비생이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고도 증여세를 탈루한 의심 사례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편법 증여를 조사하기 위한 ‘부동산감독원’ 신설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감시망이 강화되고 있다.

‘유산 불평등’ 심화, 노동만으로는 계층 상승 불가능한 사회

이처럼 상속·증여를 통한 부의 대물림이 심화되면서 ‘상속계급사회(inheritocracy)’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상속·증여재산 규모는 188조 원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OECD도 최근 보고서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소득 격차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억대 연봉에도 세금과 자녀 교육비, 생활비 등을 쓰고 나면 상류층은커녕 중산층이 되기도 힘들다”며 “열심히 살고 세금을 투명하게 내도 나아지지 않는 삶의 연속”이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결국 부모의 도움 없이 근로 소득만으로는 자산을 축적하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이 젊은 세대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리고 사회적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