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추를 수확한 뒤 버려지거나 저가에 거래되던 고춧잎이 혈당 관리를 돕는 건강식품 원료로 탈바꿈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21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원기2호’ 품종이 식품업계의 새로운 주목을 받으며, 고령화로 침체된 국내 고추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4일 혈당 상승 억제 효과가 뛰어난 잎 전용 고추 ‘원기2호’의 품종과 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 음료, 과자, 국수, 두부 등 10여 종의 제품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춧잎은 예부터 식후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지만, 과학적 검증과 품종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부산물로만 취급돼왔다.

특히 당뇨병 환자와 혈당 관리가 필요한 중장년층이 증가하면서, 일상 식재료를 통한 자연스러운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번 개발의 의미가 더욱 크다는 평가다.
일반 고춧잎보다 효과 최대 5배, 11개 지표 개선
농촌진흥청이 2005년부터 850여 점의 고추 유전자원을 분석해 2020년 개발한 ‘원기2호’는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이 74.8%로, 일반 고춧잎보다 2~5배 높다.
이는 소장에서 탄수화물을 단당류로 분해·흡수하는 것을 억제하는 ‘알파 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AGI)’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동물 실험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공복 혈당은 13%, 혈장 인슐린 농도는 24% 감소했으며, 인슐린 저항성 지표(QUICKI)는 3.8% 증가하는 등 11개 당뇨 관련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세무사들이 절세 전략을 조언하듯, 영양학 전문가들은 “식후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식이섬유와 함께 AGI 성분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해왔다.
‘원기2호’ 고춧잎의 또 다른 장점은 가공 적합성이다. 고온과 건조한 조건에서도 혈당 억제 활성이 유지돼 다양한 식품으로 가공할 수 있다. 이는 분말, 차, 과자, 면류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 8개 업체 기술 이전, 상품 출시 ‘초읽기’
농촌진흥청은 품종보호등록과 특허등록을 완료하고, 현재까지 8곳에 품종을, 8개 업체에 특허 기술을 이전했다. 지자체 농업기술센터를 통한 시범 재배도 진행 중이다.
산업체에서는 이미 환·분말 제품을 비롯해 고춧잎 차(음료), 누룽지 칩(과자), 국수, 두부 등 10여 종의 가공식품을 상품화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입지와 교통을 분석하듯,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혈당 관리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능성 식재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원기2호’는 천연 원료라는 점에서 소비자 신뢰도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글로벌 건강식품 시장은 2020년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동아시아 전통 식재료의 기능성 재발견 트렌드와도 맞물려 있다.
고추산업 위기 극복의 실마리, 농가 소득 다변화 기대
이번 개발은 위기에 빠진 국내 고추산업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한다. 한국 고추산업은 고령화와 재배 면적 감소로 지난 15년간 재배 면적이 39.5%나 줄어들며 깊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
기존에는 고추 열매만 상품으로 인정받았지만, 이제 고춧잎이 독립적인 고부가가치 작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특히 영천, 안동 등 고추 주산지 농가들은 고추 수확 후 버려지던 잎을 별도로 판매할 수 있어 소득 다변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대량 생산 체계 구축과 안정적인 수급 시스템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현재까지는 동물실험 결과만 발표된 상태로, 인체 임상시험과 기능성 식품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원기2호는 버려지던 고춧잎의 가치를 재발견해 국민 건강과 농가 소득을 함께 고려한 연구 결과물”이라며 “디지털 육종 기반 기술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기능성 채소 품종을 지속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전통 식재료의 과학적 재해석이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열고, 중장년층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