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슈퍼마켓 진열대를 채우던 친숙한 제과 기업 오리온이 묵직한 대기업 명찰을 새로 달았다.
전 세계적인 K스낵 열풍을 등에 업고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자산 규모 5조 원의 벽을 넘어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오리온을 신규 지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새롭게 이름을 올린 11개 기업집단 가운데 식품회사는 오리온이 유일하다.
중국 1.1조 든든한 캐시카우…러시아·베트남은 폭풍 성장

대기업집단 편입의 일등 공신은 단연 압도적인 해외 매출 실적이다.
오리온의 지난해 전체 매출 3조 3,324억 원 가운데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65.4%에 달한다.
국가별 실적을 뜯어보면 글로벌 영토 확장이 얼마나 탄탄하게 이루어졌는지 그 규모와 성장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덩치가 큰 중국 법인은 지난해 약 1조 1,78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체 실적을 떠받치는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했다.

환율 변동의 악조건 속에서도 현지 통화 기준으로는 2%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켜내며 1조 원대 거대 시장의 굳건한 지배력을 입증했다.
동남아시아의 전초기지인 베트남 법인은 약 4,7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현지 내수 소비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지 통화 기준으로 전년 대비 8%에 달하는 높은 매출 성장률을 달성해 5,000억 원 돌파를 목전에 둔 상태다.
가장 매서운 속도로 크고 있는 곳은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인 러시아 법인이다.

지난해 러시아 법인은 루블화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약 2,00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현지 통화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무려 20%나 수직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초코파이를 비롯한 핵심 제품에 대한 현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신규 생산 라인을 쉴 새 없이 가동해야 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 8% 복리형 성장의 비밀…왕관의 무게 견딜까
시장 전문가들은 오리온의 대기업집단 진입을 단순한 운이 아닌 장기간 벼려온 수익성 위주 경영의 결실로 평가한다.
단일 히트 상품에 의존해 단기간에 몸집을 불린 일부 경쟁사와 달리, 다변화된 국가별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매년 평균 8%대씩 차곡차곡 매출을 쌓아 올린 전형적인 복리형 고성장 모델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제과업계 최고 수준인 16~17%대의 영업이익률을 흔들림 없이 사수했다는 사실이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롯데웰푸드 등 경쟁 식품 대기업들이 수익성 방어에 부침을 겪은 것과 대조적으로, 오리온은 철저한 원가 관리와 해외 현지화 전략으로 매출과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다만 훈풍만 부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으로 오리온은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공정거래법 등 20개 법률에 걸쳐 35개에 달하는 촘촘한 규제망의 적용을 받게 된다.
이제 막 자산 5조 원의 관문을 넘어선 오리온이 촘촘한 규제망을 뚫고 매출 4조 클럽을 향한 글로벌 쾌속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여의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