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빚 부담을 덜어주는 ‘새출발기금 신청’ 누적액이 30조 원을 넘어섰다.
19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몰린 가운데, 빚을 갚지 못한 부실차주들은 1인당 평균 6,700만 원에 달하는 빚을 탕감받은 것으로 분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제도를 이용하려 해도 카드사 등 2금융권의 높은 거절 문턱에 막히는 등 채무조정 감면율을 둘러싼 자영업자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조건 충족하면 6,700만 원 증발… ‘자영업자 빚 탕감’의 양면성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 누적 채무액은 30조 1,890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새 1조 원 가까이 불어난 수치로, 전체 채무조정 신청자는 19만 8,564명에 달하며 전월 대비 6,000명 넘게 늘었다.
실제 약정을 맺은 차주들의 데이터를 역산해 보면 혜택의 규모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원금을 직접 깎아주는 매입형 채무조정을 선택한 6만 4,422명은 평균 73%의 원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
단순 환산 시 매입형 신청자들의 1인당 평균 채무 원금은 약 9,212만 원 수준이며, 여기에 평균 감면율 73%를 적용하면 한 사람당 무려 6,725만 원에 달하는 빚이 탕감되는 셈이다.

하지만 모든 자영업자가 이처럼 막대한 채무를 지워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 86% 거절의 딜레마… 높은 부동의율의 함정
정부의 소상공인 채무조정은 연체 기간에 따라 혜택과 성격이 극명하게 나뉜다.
3개월 이상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매입형은 캠코가 금융사로부터 부실 채권을 직접 사들여 원금 자체를 평균 73% 지워주는 강력한 구제책이다.
반면 3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를 위한 중개형은 원금 탕감 없이 이자율만 평균 5.2%포인트 인하해 주며, 이마저도 대출을 내준 금융사가 동의해야만 성립된다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실제 평균 채무액인 9,000만 원을 짊어진 자영업자를 가정해 보면 혜택의 격차는 더욱 체감된다.
이 차주가 매입형 대상이 될 경우 총채무의 73%인 약 6,570만 원이 즉시 감면돼, 남은 원금 2,430만 원만 장기 분할로 갚으면 재기할 수 있다.
하지만 똑같은 빚을 졌더라도 중개형 대상이라면 9,000만 원의 원금을 고스란히 갚아야 하며, 낮아진 이자율을 적용해 연간 약 468만 원의 이자 비용을 절감하는 데 만족해야 한다.
특히 중개형은 금융기관의 동의가 필수적임에도 여신금융(카드·캐피탈 등) 업권의 거부율은 무려 86.1%를 기록했다.

시중은행(64.6%)과 저축은행(62.8%) 역시 10명 중 6명의 상환 유예 요청을 반려하며 높은 문턱을 실감케 했다.
이는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금융권의 수익 방어 기조와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한 경계심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가 향후 소상공인 재기를 위해 새출발기금 규모를 40조 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운 가운데,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논란 해소와 금융기관 참여 유도가 향후 핵심 과제로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