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 자동 가입 ‘기후보험’ 시행
말라리아 진단 시 10만원 지급 사례 나와
모르면 못 받는다…신청은 본인이 해야

경기도에 사는 시민이라면, 이미 보험에 가입돼 있을지도 모른다. 본인도 모르게, 신청도 안 했는데 병원에서 특정 질병 진단만 받으면 10만 원이 통장에 들어온다.
지난달 말, 동두천과 가평에 사는 주민이 말라리아와 쯔쯔가무시증 진단을 받은 뒤 각각 보험금을 받았다. 이들이 가입한 건 ‘경기도 기후보험’. 올해 4월 11일부터 시행된 이 보험은 경기도민이라면 누구나 자동으로 가입돼 있다.
진단만 받으면 10만 원…놓치기 쉬운 ‘숨은 혜택’
이 보험의 핵심은 기후로 인한 건강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보장이다. 폭염, 한파 같은 이상기후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확산 중인 감염병까지 포함된다. 말라리아, 쯔쯔가무시증, 댕기열, 일본뇌염, 라임병 등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 병들이 대상이다.
보험금은 정액제로,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면 10만 원이 나온다. 온열질환이나 한랭질환도 보장되며, 기상특보나 자연재해로 4주 이상 치료가 필요할 경우엔 위로금 30만 원이 지급된다.

청구는 어렵지 않다. 진단서, 주민등록초본, 통장 사본만 준비하면 된다. 이메일이나 팩스로 접수 가능하고, 신청 마감 기한은 사고일로부터 3년 이내다. 중요한 건 이 보험이 ‘알고 있는 사람만’ 혜택을 본다는 점이다.
자동 가입이라고는 하지만, 보험금은 신청해야만 받을 수 있다. 알림 문자 하나 없이 조용히 시행된 탓에 많은 도민들이 모르고 지나치고 있다.
자동 가입에 숨은 제도…모르면 끝까지 모른다
실제로 지난달 기후보험 시행 이후 경기도에서 확인된 말라리아 확진자만 21명에 달한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 사례는 극히 드물다. 걸렸는데도 몰라서 못 받은 사람이 더 많다는 이야기다.
감염병은 점점 낯선 이름으로 우리 주변을 파고들고 있는데, 보험 혜택은 여전히 ‘아는 사람의 것’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기후보험은 복지 차원을 넘어서, 기후 변화로 인한 건강 위협에 대응하는 공공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아무리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도, 시민들이 그 존재조차 모른다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누군가는 자신이 보험 대상인 줄도 모른 채 병원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놓칠지 챙길지는 정보를 알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달라진 기후만큼 보험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