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실질 주택가격이 3년 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국제기구 통계가 나왔다.
명목상으로는 ‘서울 집값 폭등’이 연일 뉴스를 장식했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거한 실질 가격으로 따지면 56개국 중 47위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실질 주거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6% 하락했다.

2022년 2분기 3.8% 상승을 마지막으로 같은 해 3분기부터 내림세로 전환한 뒤, 무려 1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실질 가격은 명목 가격에서 물가 상승분을 뺀 값으로, 집값보다 물가가 더 빠르게 올랐다는 의미다.
글로벌 비교에서도 한국의 위치는 초라했다. 같은 기간 선진국 평균 상승률은 0.3%, 세계 평균은 -0.7%였지만, 한국은 이보다 훨씬 낮은 -1.6%를 기록했다.
BIS가 올해 1월부터 한국을 선진국으로 재분류했지만, 정작 주택시장 체력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56개국 중 한국과 같거나 낮은 순위는 미국을 포함해 중국(-5.3%), 캐나다(-5.1%), 핀란드(-3.5%) 등 10개국이었다.
“강남 불장” 뒤에 가려진 지방의 침체

많은 이들이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체감하는 이유는 수도권 핵심지에만 쏠린 보도 때문이다.
실제로 2024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서울(+18.2%)을 중심으로 9.5%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수도권은 오히려 2.0%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역 간 주택시장 차별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서울 강남·서초 일부 아파트는 5~7% 급등한 반면, 같은 시기 경기 신도시 일부는 10~15% 급락하는 극단적 분화가 진행됐다.
하반기에도 이러한 양극화 추세는 계속됐다. 전국 평균 통계가 실제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다.
물가는 뛰고 집값은 제자리…구매력 3년째 침식

명목 주택가격이 2%가량 상승했음에도 실질 가격이 하락한 것은 그만큼 물가가 더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기준금리 0%→3.5%) 속에서 생활물가는 급등했지만, 주택시장은 냉각됐다. BIS는 “전반적으로 모든 선진국에서 가격 변동이 크지 않았다”며 미국(-1.6%), 영국(-1.2%)과 함께 한국을 언급했다.
주목할 점은 하락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 -2.2%로 50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는 2분기 -1.9%(51위), 3분기 -1.6%(47위)로 소폭 개선됐다. 다만 여전히 마이너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가계의 실질 구매력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착시 아닌 양극화”…정책 재설계 필요

전문가들은 단순히 “착시”로만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비수도권은 공급 과잉, 인구 감소, 전월세 비율 상승의 삼중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서울 핵심지는 희소성 프리미엄으로 가격이 치솟으며, 자산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국 단위 평균 지표는 이제 의미가 없다”며 “지역별 맞춤형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도권 과열 억제와 비수도권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지만, 양극화 해소 없이는 시장 정상화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