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지수 10% 급등
선진국 투자 성과 제치고
중국·브라질 상승세 주도

“갑자기 신흥시장 현지 통화 채권이 다시 매력적으로 변했다.” 프린시펄 피니스테어의 최고투자책임자 데이미언 부체의 이 한마디가 올해 글로벌 투자 트렌드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3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신흥시장 채권과 주식 투자 성과가 선진국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JP모건의 정부 채권 신흥시장지수와 모건스탠리 신흥시장지수 모두 올해 들어 약 10%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FTSE 세계국채지수는 6.6%, MSCI 선진국지수는 4.8% 오르는 데 그쳤다.
트럼프 리스크 역설적 기회로

당초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전쟁이 신흥시장에 최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투자자들이 변화무쌍한 미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달러 자산 집중을 피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골드만삭스 CEEMEA 경제 담당 공동책임자 케빈 달리는 “신흥시장 현지 통화 자산은 수년간 과소 투자 상태에 있었다”며 “자금이 조금만 유입돼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는 220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지만, 이는 지난 4월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절정에 달했을 때의 영향이었다. 5월 이후로는 110억달러가 순유입되며 투자 심리가 크게 개선됐다.
중국·브라질이 성장 견인

2025년 신흥시장 성과를 주도한 대표 국가는 중국과 브라질이다. 중국은 1분기에만 15%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신흥시장 전체 상승을 이끌었다. 인공지능 혁신과 베이징 정부의 민간 부문 지원 신호가 주요 동력으로 작용했다.
브라질 역시 1분기 14%의 주식시장 상승률을 기록했다. 높은 기준금리 14.75%와 헤알화 강세가 투자 매력도를 높이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한편 베트남은 외국인직접투자 유입과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인도는 6.5~6.7%의 높은 경제성장률 전망으로 각각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년 만에 최고 수준 금리 매력

나인티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그랜트 웹스터는 JP모건의 GBI-EM에 편입된 많은 국가의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국가 채권의 투자 매력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달러 약세도 신흥시장 통화들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면서 중앙은행들이 차입 비용을 낮출 여지를 제공했다. 이는 주식과 채권 시장을 동시에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HSBC의 다중 자산 전략 담당 최고책임자 맥스 켈터는 현재 상황이 2010년대와 매우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시에는 주로 신흥시장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문제가 선진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랠리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