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이상 신호 포착에 美 ‘들썩’, 무슨 일?

관세발 인플레이션, 미국 소비자 불안 현실화
중소기업들 “비용 전가는 불가피”
기대 인플레이션 44년 만에 최고치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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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발 인프레이션 / 출처 : 연합뉴스

인플레이션의 고통이 막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관세로 인한 가격 폭탄이 터질까 우려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불안한 심리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미국 중소기업들은 관세로 인해 늘어나는 비용을 그대로 제품 가격에 반영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도 급등하며 미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소기업들 “관세 비용 소비자에게 떠넘길 것”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최근 조사에서 충격적인 내용이 확인됐다.

야후파이낸스가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은이 400개 이상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 기업들이 관세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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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발 인프레이션 / 출처 : 연합뉴스

놀라운 점은 이들 기업이 저관세 시나리오(관세율 10%)에서 오히려 가장 급격한 가격 인상을 예상했다는 사실이다. 고관세 시나리오(25%)나 불확실한 시나리오(10%에 변동성이 있는)보다 오히려 낮은 관세 상황에서 더 적극적인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저관세라도 비용 부담은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관세의 경우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가격 전가에 신중할 수밖에 없죠.” 조사에 참여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수입업체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가 가격에 완전히 반영되기까지 약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관세 인상의 여파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압박할 것임을 시사한다.

44년 만에 최고치로 뛴 기대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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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발 인프레이션 / 출처 : 연합뉴스

관세발 물가 상승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이미 소비자들의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가 지난 11일 발표한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6.7%로, 3월 대비 무려 1.7%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는 미국이 두 자릿수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던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4.4%로 3월(4.1%)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러한 소비자 심리 악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관세 정책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전 세계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관세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 급등은 매우 우려스러운 신호입니다.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을 예상하면 선제적으로 소비를 늘리거나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실제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기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일상용품부터 치솟는 가격, 서민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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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발 인프레이션 / 출처 : 연합뉴스

관세 인상의 영향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체감될 전망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분석에 따르면, 10% 관세만으로도 미국 중간 소득 가구의 세후 소득이 연평균 2.7% 감소할 수 있으며, 가구당 연평균 1,56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식품, 의류, 신발, 장난감 등 일상생활에 밀접한 품목의 가격이 더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 등 주요 수입국에 대한 관세 인상은 미국 내 식료품과 생활용품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트럼프의 10% 보편 관세가 시행될 경우, 2026년까지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조차도 보수적인 추정치라며 실제 영향은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저렴한 공산품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관세는 기업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이는 결국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형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경제 분석가 제임스 워커는 지난 4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경제 성장마저 위협하는 관세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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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발 인프레이션 / 출처 : 연합뉴스

관세 인상은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자극을 넘어 장기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무역과 소비 둔화, 경제 성장률 하락 등 부정적 파급효과가 우려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의 연구에서도 관세 인상이 경제 성장과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는 장기적으로 소비와 투자 위축, 생산성 저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경우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트럼프 등 정치권의 저금리 요구와 충돌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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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발 인프레이션 / 출처 : 연합뉴스

“관세를 통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경제에 자해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관세 정책의 가장 큰 제동 장치가 될 것입니다.” 하버드대학교의 한 경제학 교수는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에도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제로 보스턴 연은의 조사결과와 급등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관세의 역풍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미중 관세 전쟁은 단순한 교역 갈등을 넘어 21세기 국제 관계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 갈등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기술 패권 경쟁과 맞물려 양국 간 장기적인 전략 경쟁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관세발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미국 경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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