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주요 상권의 식당가에서는 올해 장사에 대한 기대감을 완전히 접었다는 깊은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직원을 내보내며 인건비를 줄여봤지만 그 노력마저 헛수고가 되었다.
경유 가격 급등으로 식재료와 물류비가 덩달아 폭등하면서 비용 절감 효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가 촉발한 글로벌 유가 불안정이 국내 시장을 덮치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지는 형국이다.
한 달 만에 256만 명 몰린 바우처, 절반은 주유소로
정부가 연 매출 1억 400만 원 미만의 영세 소상공인에게 지급하는 경영안정바우처는 현재 폭발적인 수요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신청을 시작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당초 예상했던 지원 대상 규모를 30만 명 이상 훌쩍 뛰어넘으며 256만 명을 돌파했다.

해당 바우처는 1인당 25만 원씩 지급되어 전기나 가스 요금 혹은 차량 연료비 등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영세 상인들의 압도적인 주유비 지출 비중이다.
현재까지 실제 사용된 금액 중 절반이 넘는 1,000억 원가량이 주유소에서 결제된 것으로 집계됐다.
끝없이 오르는 고정비 부담에 짓눌린 소상공인들이 지원금을 손에 쥐자마자 생계와 직결된 화물차와 배달 차량에 당장 기름부터 채워 넣었다는 뼈아픈 현실을 보여준다.
경유값 20% 폭등, 내수 침체 속 물가 도미노 우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경유 가격은 20% 가까이 치솟으며 지난해 중동 분쟁 당시보다 훨씬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휘발유 가격 역시 동반 상승하면서 화물 운송업과 배달 비중이 높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한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내수 시장에서 고유가라는 거대한 직격탄까지 맞으며 다층적인 위기에 직면했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유가상승이 단순한 상인들의 연료비 증가로 끝나지 않고 각종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들불처럼 번진다는 점이다.
껑충 뛴 물류비는 필연적으로 전반적인 식재료 단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버티다 못한 상인들의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소비자들의 지갑마저 닫게 만들어 내수를 더욱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이다.
바닥난 예산에 조기 추경 편성 카드 만지작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자 정부의 대응 기조도 간접적인 유류세 인하에서 취약계층을 향한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으로 무게 중심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한계 상황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추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위한 조기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신중하게 검토되고 있다. 폭발적인 신청 수요로 인해 배정된 바우처 예산의 80%가량이 단기간에 소진되면서 추가 재원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향후 추경이 본격적으로 편성될 경우, 1인당 25만 원인 지원 한도를 대폭 상향하거나 연 매출 기준의 문턱을 낮춰 혜택을 받는 소상공인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