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 침체의 돌파구로 중동 시장을 공략하던 현대리바트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3년 만에 따낸 대형 수주 프로젝트가 중동 지역 안보 불안으로 출발선에서 흔들리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가구업계에 따르면 현대리바트는 지난 2월 이라크 바스라 해수처리시설 가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금액은 1,178억원(약 8,010만 달러)으로 2025년 B2B 매출(5,734억원)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당초 회사는 늦어도 4월부터 현지에 인력과 자재를 반출할 계획이었지만, 중동 전역의 물류망 마비와 안전 문제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해외가설사업, 1년 만에 74% 급락의 배경

현대리바트는 2017년 B2B 전문기업 현대에이치앤에스를 합병한 뒤 2019년부터 중동 가설공사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가설공사는 대규모 플랜트 건설에 필요한 숙소, 사무실, 임시도로 등 기반 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요 발주처다.
2024년까지만 해도 해외가설 매출은 1,126억원으로 B2B 매출의 17%를 차지하며 성장 동력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25년 상황은 급변했다. 해외가설 매출은 285억원으로 전년 대비 74.7% 급감했다. 2024년 하반기부터 신규 수주가 전무했던 영향이 컸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본업인 가구사업 매출도 21.1% 줄면서 전체 연매출은 1조5,462억원으로 17.3%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1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8.75% 쪼그라들었다.
해외가설사업의 구조적 취약점도 드러났다. 입찰 수주 형태여서 수주가 끊기면 단기간에 매출 공백이 발생하는 구조다.
게다가 현지 국가 특성, 국제유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 이번 바스라 프로젝트는 이런 리스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바스라 현장 인근, 유조선 피격에 물류비 급등
이라크 바스라주는 리바트의 새 프로젝트 현장이자 동시에 안보 리스크의 진앙지다.

로이터통신은 바스라주 호르 알주바이르 항구에 정박 중이던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로 추정되는 군부대의 공격으로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이 항구는 리바트 가설공사 현장과 인접한 지역이다.
프로젝트 투자사인 카타르 국영 석유기업 카타르 에너지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이란군 공격을 받고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중동 전역에서 바닷길과 하늘길이 속속 차단되면서 물류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건설 자재와 인력을 현지로 보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하나증권 김승준 연구원은 “기자재 수급, 안전 문제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공사기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 중동 수주 이벤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 역시 당장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토탈 인테리어 전환, 대안 될 수 있을까

현대리바트는 2026년 주요 전략 중 하나로 ‘B2B 신규 프로젝트 확대’를 설정하고 올해 중동에서 최대 2곳의 신규 해외가설 현장 수주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프로젝트부터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회사는 대안으로 토탈 인테리어 솔루션 사업을 키우고 있다. 단순 가구 납품을 넘어 공간 기획·설계·아트 컨설팅·시공 통합관리·사후관리를 제공하는 모델로, 현재 1,000억원대 매출을 3년 내 2,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는 B2B 사업 내 35% 비중을 차지하게 될 규모다.
다만 토탈 인테리어 역시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에 직결돼 있어 단기 실적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리바트 측은 “현재까지 특별한 영향은 없다”며 “중동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