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충전 걱정 없이 전기차급 성능 구현
기존 대비 연비 45% 향상된 기술 공개

“전기차는 좋은데 충전이 너무 불편하다.”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더딘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충전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전기차급 성능을 내는 혁신적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공개해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개의 모터를 탑재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연비와 성능 모두에서 기존 기술을 압도하며, 소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 시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2개의 모터’로 하이브리드의 한계를 뛰어넘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0일 서울 중구 ‘크레스트 72’에서 개최한 테크데이에서 공개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 하이브리드 기술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력과 효율의 완벽한 조화, 하이브리드 그 이상의 전동화 경험’이라는 주제로 공개된 이 시스템의 핵심은 ‘P1+P2 병렬형 구조’다.

현대차 관계자는 “새롭게 개발된 변속기에는 구동과 회생제동을 담당하는 기존의 P2 모터 외에도 시동과 발전, 구동력 보조 기능을 수행하는 P1 모터가 새롭게 내장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엔진에 직접 체결된 P1 모터는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P0 모터와 달리 마찰 손실이 없어 에너지 전달 효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변속기 허용 토크가 기존 37.4kgf·m에서 46.9kgf·m로 25% 상향되어 고배기량 엔진과의 결합 가능성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P1 모터가 추가됐음에도 변속기 크기는 기존을 유지해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다양한 차급에 탑재가 가능하다.

연비 45% 향상, 출력은 334마력… ‘물 위의 기름’ 같던 효율과 성능의 공존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첫 파워트레인으로 가솔린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은 P1 모터가 엔진의 시동·발전을 담당하면서 메인 벨트, 알터네이터, 에어컨 컴프레서 등이 제거되어 동력 손실을 최소화했다.

또한 ‘과팽창 사이클’을 적용해 압축 시 소모되는 동력은 줄이고, 연소 후 발생하는 에너지는 최대화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대형 SUV에 탑재되는 2.5 터보 하이브리드는 최고 연비 14.1㎞/L, 시스템 최고 출력 334마력, 최대 토크 46.9kgf·m의 성능을 구현했다.

현대차그룹 파워트레인 부문의 김 연구원은 “동급 모델과 비교했을 때 연비는 무려 45%,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19%, 9% 향상된 수치”라며 “기존에는 성능과 연비가 트레이드오프 관계였다면, 이제는 둘 다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전기차급 사용자 경험까지 구현… “하이브리드의 재정의”

현대차그룹은 이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e-AWD, e-VMC 2.0, 스테이 모드, V2L, 스마트 회생 제동 등 전동화 특화 기술 라인업도 함께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전기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능들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기능은 e-AWD 시스템으로, 전륜 기반 하이브리드 차량의 후륜 구동축에 구동 모터(P4)를 추가해 주행 성능과 가속 응답성을 대폭 향상시켰다. 또한 e-VMC 2.0은 전·후륜 구동 모터의 독립적인 토크 제어를 통해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높여준다.

여기에 엔진 시동 없이 공조 등 차량 내 모든 편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 모드’와 최대 출력 3.6kW를 외부로 지원하는 ‘V2L’ 기능까지 탑재되어 전기차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목적지까지의 주행 경로와 도로 상황을 예측해 배터리 충전량을 최적으로 제어하는 HPC 기술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