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회사 현대차그룹이 9조원을 걸고 ‘AI·로봇 기업’으로의 대변신을 선언했다.
무대는 전북 새만금. 112만4000㎡(약 34만평) 땅에 GPU 5만장급 초거대 AI 데이터센터부터 연 3만대 로봇공장, 태양광 발전소까지 들어선다. 2029년 완공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정부·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협약’을 체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6개 부처 장관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125조2000억원 규모 국내 중장기 투자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다.

투자 규모만 봐도 파격적이다. AI 데이터센터에만 5조8000억원이 투입되고, 태양광 발전 1조3000억원, 수전해 플랜트 1조원, 로봇 클러스터와 AI 수소 시티에 각각 4000억원씩 배정됐다. 한국은행 산업연관표 기준으로 계산하면 1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와 7만1000명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GPU 5만장 괴물’ 데이터센터가 핵심
전체 투자의 64%를 차지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이번 프로젝트의 두뇌다. GPU 5만장급 초대형 연산 능력을 갖춘 이 센터는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개발과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저장한다. 2027년 착공해 2029년 완공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명확하다. 공장과 로봇에서 나오는 현장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이를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재생에너지와 수소 인프라는 AI와 로봇 산업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새만금만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 3만대 로봇공장, 중소기업 위탁생산까지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도 주목할 만하다. 2028년 착공해 2029년 완공되는 이 공장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을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물류 시스템이 도입되며, 제조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 제품도 위탁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로봇은 국내 ‘애플리케이션 센터’에서 AI 학습을 거쳐 사전 검증을 마친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 완성된 로봇은 물류,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로봇 사업 본격화를 예고한 바 있다.
“청정 수소로 돌아가는 도시” 실험
에너지 부문 투자도 파격적이다. 200MW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는 새만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로 청정 수소를 생산한다. 생산된 수소는 트램, 버스, 수요응답형 교통(DRT)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연료로 활용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국내에 총 1GW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태양광 발전은 새만금의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해 기가와트급 규모로 확보된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은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의 핵심 전력원으로 쓰인다. 현대차그룹은 이 모든 기술이 융합된 ‘AI 수소 시티’를 조성해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에너지 순환 시스템을 실증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산단·정주 및 광역교통 여건 개선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피지컬 AI 기술 개발을, 산업통상부는 로봇 산업 육성 정책을 각각 지원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협약식에서 “이번 투자가 호남권의 경제 지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를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와 수소 생태계 실증 거점’으로 평가한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로봇·AI·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이 새만금에서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2029년 완공 시점, 새만금은 현대차그룹의 ‘미래기술 실험실’이자 한국형 첨단 산업 생태계의 모델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