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인재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AI인재 전쟁에서 한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의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AI 인재 이동 지수는 -0.36을 기록했다. 전년도 -0.30에서 유출 폭이 더 커진 것이다. 10만 명당 0.36명이 해외로 떠나는 셈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체된 경쟁력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유치 매력도는 2020년대 들어 줄곧 세계 30~40위권에 머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서도 뒤처진 모습이다.
작년 정부가 외국인정책위원회를 통해 글로벌 최우수 인재 유치를 결정하고 12월 AI 인재페스티벌을 개최했지만, 정책 효과가 지표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의 역전, 영국의 안정

이웃 일본은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였다. 2019년까지 한국처럼 AI 인재 순유출국이었던 일본은 2020년 0.69로 순유입국 지위를 획득했다. 단기간에 역전에 성공한 것이다. 특별고도인재제도(J-Skip)를 도입하고, 유럽연합과 AI 인재 상호 유학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을 펼친 결과다. 해외 활동 중인 일본인 과학자들의 귀국도 적극 지원했다.
영국 역시 브렉시트라는 악재 속에서도 AI 인재 순유입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재능 비자, 세계 상위권 대학 졸업생을 위한 HPI 비자, 스케일업 비자 등 다양한 비자 제도를 통해 해외 인재를 적극 끌어들였다. 두 나라의 공통점은 ‘제도적 인센티브’와 ‘정주 환경 개선’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보상 격차와 경직된 문화가 발목

한국이 AI 인재 순유출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보고서는 “석·박사급 고급 인재 풀의 규모가 선도국 대비 작고, 해외 인재 유치·귀환·활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빅테크나 해외 연구기관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AI 전문가들이 다수 있지만, 이들이 국내로 복귀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장치는 부족하다.
보고서는 “보상 격차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분석한다. 해외 빅테크의 AI 인재 보상이 국내보다 월등히 높아 격차가 크다. 경직된 연구 문화도 문제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위계적 조직 문화와 성과 중심 보상 체계 부재가 젊은 인재들의 해외 이탈을 부추긴다”고 전했다.
물리적 이동 없는 협업 모델 필요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재 유치를 넘어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물리적 이주 없이도 국내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원격 협업 및 글로벌 인재 네트워크 활성화”를 제안했다. 해외에 있는 한국인 AI 전문가들이 국내 기업·대학과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파격적인 보상 체계와 혁신 연구 클러스터 조성도 시급한 과제다. 외국인 인재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주거·교육·의료 환경도 갖춰야 한다. 한국이 AI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이제는 ‘양성’을 넘어 ‘유치’와 ‘유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일본이 단기간에 이뤄낸 역전을 한국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다만 시간과의 싸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