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일해도 노후를 준비할 수 없다는 직장인이 절반을 넘어섰다.
2월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56.4%가 “현재 급여로는 생계 유지는 물론 미래 대비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특히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66.3%가 이같이 응답해, 고용 불안정 계층의 위기감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는 노동소득만으로는 안정적 삶을 보장받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응답자의 81.7%는 “정부와 기업이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답해 사회 시스템 개선에 대한 요구가 강력함을 확인시켰다.
취약 계층일수록 깊어지는 불안감

조사 결과를 계층별로 분석하면 노동시장의 격차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63.3%가 노동소득으로 생계·미래 대비가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비사무직 근로자는 62.2%가 같은 응답을 내놨다.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의 부정 응답률은 66.3%로 가장 높았다. 반면 정규직과 대기업 근로자의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단순히 임금 수준의 차이를 넘어, 고용 안정성과 복지 혜택의 격차가 미래 준비 능력을 좌우함을 보여준다. 2026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10,320원으로 인상됐지만, 월급으로 환산하면 약 215만원 수준에 불과해 주거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한 실정이다.
60세 정년, 84세까지 산다는 역설

문제의 핵심은 노동 기간과 생존 기간의 불일치에 있다. 2026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4.7세지만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다.
정년 이후 약 24년을 노동소득 없이 버텨야 하는 구조다. 연금 수준이 생계를 담당하기에 부족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직장인이 개인 저축과 사적 연금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임금 근로자들은 당장의 생계비 마련에도 급급해 노후 자금을 축적할 여력이 없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일수록 노후 준비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규직 확대부터 기본소득까지, 다층적 해법 필요
응답자들이 제시한 정책 대안은 다양했다. 정규직 확대와 고용 안정성 강화가 36.7%로 가장 높았고, 기본소득제 도입 32.2%, 주거비 부담 완화 31.8%, 최저임금 인상 및 임금 체계 개선 27.6%가 뒤를 이었다.
단일 정책보다는 고용·임금·주거·사회보장을 아우르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김기범 변호사는 “노동 소득만으로도 안정적인 삶과 미래 준비가 가능하도록 고용 안정성 강화, 임금 하한선 제고,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서도 주거비 부담 완화가 주요 정책 대안 중 하나로 꼽혔으며, 공공주택 확대와 전월세 안정화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하는 동안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현재의 고용 구조와 임금 수준, 사회보장 체계로는 이 권리가 절반의 직장인에게조차 보장되지 않는다. 정년 연장, 연금 강화, 저임금 개선을 포괄하는 사회 시스템 재설계 없이는 일하는 세대의 불안이 고령사회의 위기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