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속세, OECD 최고 수준… 기업 승계 부담 가중
중견 기업계 “최고세율 50%→30% 낮춰야” 강력 주장

“이미 소득세를 냈는데도 상속하려면 반 이상 떼어간다니 좀 불합리하죠”
한 평생 사업을 일궈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순간, 최대 60%에 달하는 세금 폭탄이 떨어지는 한국, 이에 중견 기업계가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커 가업을 잇지 못하고 포기해야 한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키웠더니 세금으로 반 넘게 뺏긴다”… 한국 상속세, 너무 높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지난 7일 기획재정부에 ‘2025년 중견 기업계 세제 건의’를 제출하면서 “기업이 안정적으로 가업을 승계하고 경제 활력을 유지하려면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율(50%)은 OECD 국가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일본은 가업 승계를 위한 각종 공제와 분납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 실질 부담이 한국보다 낮다.
반면 한국은 최대 주주 할증평가까지 적용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실질 상속세율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가업 승계를 하려면 기업을 반 이상 매각해야 할 판”이라며 “결국 해외로 기업을 넘기거나 승계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중견기업 “상속세 인하 절실… 가업 승계 막히면 국가 경제도 흔들”

이에 중견련은 이번 건의를 통해 ▶상속세 최고세율 50% → 30% 인하 ▶최대 주주 보유 주식 할증평가(20%) 폐지 ▶증여세율 30%로 인하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독일, 스웨덴, 캐나다 등은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하지만 한국은 1992년 ‘최대 주주 할증평가’ 제도를 도입한 이후, 2000년에는 최고세율을 50%까지 높였다.
중견련 관계자는 “기업을 키운 대가가 후대에 과도한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며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합리적인 수준으로 상속세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부회장도 “OECD 평균 상속세율이 26%에 불과한데, 한국은 여전히 50~60%의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이제는 정책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는 합의… 최고세율 인하는 여야 충돌 예상

한편,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재산을 상속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지만, 이혼 후 재산을 분할할 경우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모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면서, 여야가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합의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부부가 함께 일군 재산을 한쪽이 사별했다고 세금으로 가져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우리도 동의할 테니 이번 기회에 처리하자”며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문제를 두고는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OECD 평균(26%)과 비교하면 한국의 50%는 너무 높다”며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대상자는 2022년 기준 단 955명에 불과하다”며 “초부자 감세에 불과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속세율 조정 문제가 불거질 경우, 개편 논의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상속세 개편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서 멈출지, 기업 승계를 위한 세율 인하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악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