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디딜 틈도 없었는데 “부산이 어쩌다가”…최악의 시나리오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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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분양 급감해도 미분양 오히려 증가
공공분양 청약 경쟁률 0.32대 1 그쳐
전통산업 의존, 첨단산업 전환 실패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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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동산 시장의 위기 / 출처 : 뉴스1

“분양 물량을 거의 보지 못했던 지역에 오히려 빈 아파트가 넘쳐난다.” 한때 청약 광풍이 불던 부산 부동산 시장이 최악의 침체에 빠졌다.

신규 분양은 급격히 줄었는데도 미분양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전통 제조업에 의존해온 부산 경제가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에 실패하면서 부동산 시장까지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신규 분양 86% 줄었는데도 미분양은 증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2월 기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부산의 신규 아파트 분양은 168가구로 지난해 같은 달 1,194가구보다 무려 85.9%나 줄었다. 6일 공개된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누적 분양 규모도 597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1,732가구)보다 65.5%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4,565가구로 앞 달보다 39가구 늘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261가구로, 지난 1월 2,268가구에서 불과 7가구 줄어드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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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동산 시장의 위기 / 출처 : 뉴스1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지난 2일 끝난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공공분양주택 ‘아테라’의 청약 경쟁률이 0.32대 1로 극히 저조했다는 점이다.

공공분양주택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적 사업 주체가 공급하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민간 아파트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최악의 부동산 경기침체 상황이 이어지고,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여야가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시점이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산 부동산 시장의 심각성을 이렇게 지적했다.

고분양가·고금리·지역경제 삼중고

부산 아파트 미분양이 늘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고분양가가 실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수영구의 ‘테넌바움294Ⅱ’는 3.3㎡당 6,093만 원으로 부산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이는 과거 최고가의 약 두 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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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동산 시장의 위기 / 출처 : 뉴스1

경기 침체와 고금리 영향도 크다. 부산을 포함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인 매수세가 감소했으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무주택자들의 청약 참여도 저조한 상황이다.

여기에 입지 및 상품 경쟁력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평형(60~85㎡) 위주의 공급이 실제 수요와 맞지 않는 것도 미분양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3월 다섯째 주(3월 31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6% 하락했다. 이는 3월 3·4주 주간 하락 폭 0.04%보다 더 커진 것이다.

지난주 부산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0.01%로, 최근 한 달간 이어진 주간 상승률 0.02∼0.03%보다 완만해졌다.

첨단산업 전환 실패가 부동산 침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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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동산 시장의 위기 / 출처 : 연합뉴스

부산 부동산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부산은 자동차 부품, 조선 기자재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유지해 왔으나, 이러한 산업들이 노후화되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

첨단 기술과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기존 제조업에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접목이 부족했고,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 집중화와 대기업 부재도 심각한 문제다. 부산 내 대기업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은 28개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반도체, 바이오, 플랫폼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부산은 이러한 산업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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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동산 시장의 위기 / 출처 : 뉴스1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조건으로 인한 청년 인구 유출도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첨단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확보가 어려워지고, 이는 다시 부동산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차기 대선 후보의 부동산 관련 공약이 나오는 등 구체적인 방향성이 제시될 때까지는 지금과 같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산업 육성, 기술 혁신 지원, 대기업 유치, 청년 인재 확보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전략적 접근과 중앙정부의 균형 발전 정책 강화가 이루어질 때, 부산의 부동산 시장도 회복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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