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해 대대적으로 집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골목상권의 숨통을 틔우는 데 단기적으로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막대한 현금을 뿌려도 저축으로 빠져나가기 일쑤였던 기존 지원금의 한계를 ‘사용처 제한’이라는 장치로 극복한 것이다.
하지만 투입된 13조 원의 혈세 대비 창출된 경제 효과가 5조 원대에 그치고, 투자금 회수에만 26년이 걸린다는 치명적인 가성비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향후 지원금 정책을 수립할 때 무지성 ‘전 국민 살포’가 아닌 핀셋형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확실한 교훈을 남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5조 풀었더니 5.8조 썼다… 소비쿠폰의 ‘단기 성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7일 발표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 효과 실증분석’에 따르면, 해당 정책은 당초 예상보다 뚜렷한 소비 진작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 삼성 등 국내 6개 주요 카드사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 1원 집행당 지역 소상공인 실질 매출이 0.433원 추가로 늘어났다.
국민 1인당 100만 원의 쿠폰을 받았다면, 동네 식당이나 마트에서 원래 쓰지 않았을 43만 원의 지갑을 새롭게 열었다는 의미다.
1·2차에 걸쳐 투입된 소비쿠폰의 총규모는 13조 5,200억 원이다. 이 전환율을 대입하면 전국 소상공인들은 약 5조 8,600억 원의 순소비 증대 효과를 누린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단순히 현금을 쥐여주는 대신, 기한과 사용처가 정해진 ‘쿠폰’을 설계해 저축으로 빠져나가는 돈줄을 묶고 강제 소비를 이끌어낸 이른바 ‘넛지(Nudge)’ 전략이 제대로 적중한 셈이다.
업종별로도 음식점, 종합소매업 등 생활밀착형 소비에서 효과의 절반 가까이(49.6%)가 발생해 골목상권 방어라는 원래 취지를 달성했다.
“원금 회수에 26년”… 엇갈리는 가성비와 남겨진 ‘교훈’
단기적인 성과 이면에는 묵직한 청구서가 자리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지점은 ‘가성비’다.
13조 5,000억 원의 막대한 국가 재정을 투입했지만 파생된 추가 소비액은 그 절반에도 못 미쳤다. 더구나 조세연은 이번 소비쿠폰 재정이 세수 확대를 통해 국고로 다시 회수되기까지 약 25년 10개월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조세연 측은 “영원히 회수되지 않는 SOC 사업도 많다”며 손익분기점 달성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도로망 구축 같은 SOC 투자는 수십 년간 국가 기초 체력을 끌어올리지만, 몇 달 만에 사라지는 소비쿠폰에 26년의 회수 논리를 대입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방어 논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대신 이번 데이터는 향후 복지 정책의 방향을 분명히 보여줬다. 소비 전환율은 전 국민 평균 34.7%에 그쳤지만, 취약계층 밀집 지역은 72.6%에 달했다. 돈이 부족한 계층에 지급해야 곧바로 소비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실증된 셈이다.
응답자의 60% 이상이 ‘소득별 차등 지급’을 선호했다는 설문 결과까지 더해지면서, 향후 정치권의 지원금 논의는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보편 지급을 벗어나 두터운 선별 지원으로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