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전투기 공장에서 벌어진 파업의 불똥이 서태평양 한복판의 군사적 긴장감을 오히려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신형 전투기 도입 지연으로 제공권에 잠시 구멍이 날 것이라던 주변국의 조심스러운 관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 공군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최전선에 긴급 투입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한 치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서늘한 경고장을 날렸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알래스카와 버지니아에 각각 주둔하고 있던 미 공군의 90원정전투비행대와 27원정전투비행대 소속 F-22 전력이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전개를 완료했다.

이는 훈련 목적의 일회성 방문이 아니다. 중국의 해양 진출과 대만 위기가 치열하게 얽혀 있는 가장 뜨거운 화약고의 문턱에서 2개의 스텔스 비행대가 본격적인 작전 임무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보잉 파업이 부른 나비효과… 노후기 빈자리 채운 랩터
이번 전진 배치의 배경에는 흥미로운 전력 획득의 수싸움이 숨어 있다.
애초 미 공군은 가데나 기지에서 수십 년간 영공을 지켜온 48대의 노후 F-15C와 F-15D 모델을 본토로 순차 퇴역시키고, 그 자리에 막강한 폭장량을 자랑하는 4.5세대 최신형 F-15EX 36대를 영구 배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조사인 보잉의 공장 파업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신형 기체의 인도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구형은 이미 자리를 떴고 신형은 도착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자, 전략적 경쟁국들은 동중국해 일대에서 미 공군의 일시적인 전력 약화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미군의 대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1대당 가격이 1억 4,3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달하며 극강의 은밀성과 선제 타격 능력을 갖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이른바 대타로 밀어 넣은 것이다.
막대한 미사일을 싣고 다니는 무장 특화 전투기 대신 적의 방공망을 찢고 들어가 공중을 장악하는 제해권의 제왕이 투입되면서, 타격 전술의 파괴력은 도리어 더 날카로워졌다.
전투기 납품 지연이라는 행정적 악재를 유연한 전력 운용을 통해 가장 강력한 억제 카드로 역이용하며 서태평양 전선에 다시 던진 셈이다.
한반도까지 아우르는 ‘태평양의 쐐기돌’ 사수 전략

미 공군이 이토록 황급히 최정예 스텔스기를 동원해 빈틈을 메운 이유는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가 지닌 독보적인 지정학적 가치 때문이다.
미군 스스로 태평양의 쐐기돌이라 부르는 이 기지는 대만해협과 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유사시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전초기지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안보 위기가 발생할 경우 미 공군 증원 전력이 가장 대규모로 전개되는 핵심 발진 거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데나 기지의 전력 공백은 곧 대만 방어의 약화는 물론 한반도 안보 조약의 실행력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치명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미 공군은 가장 값비싸고 강력한 전투기를 주저 없이 전진 배치함으로써 우방국에게는 굳건한 신뢰를, 경쟁국에게는 단 하루의 틈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를 증명해 냈다.
F-22 랩터가 오키나와 상공을 맴돌게 되면서 대만해협과 동중국해를 무력으로 옥죄려던 중국의 군사적 셈법은 한층 복잡해지게 되었다.
언제 레이더를 뚫고 날아올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 목전에 드리워진 상황에서, 태평양 전선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거친 무력 시위와 전략적 줄다리기는 앞으로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