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기술 자립’을 넘어 ‘기술 패권’을 향한 야심을 드러냈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제15차 5개년 경제 계획은, 14억 내수 시장과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붉은 공급망(Red Supply Chain)’을 완성하겠다는 선전포고다.
과거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저가 공세로 한국의 허리를 위협했다면, 이번 계획은 반도체, AI 등 한국 경제의 ‘심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위협의 차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분석 속에, 한국 산업계는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기로에 섰다.
과거의 위협: ‘인해전술’과 ‘가격 경쟁’
불과 10여 년 전, 중국의 전략은 한국이 기술을 선도하면 막대한 자본으로 빠르게 복제하고 더 싼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방식이었다.

이 전략은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한국의 LCD, 조선, 철강 산업의 주도권을 상당 부분 앗아갔다.
하지만 그때는 ‘살아남을 구멍’이 있었다. 한국은 더 높은 기술의 OLED나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한발 앞서 달아나며 격차를 유지했다. 또한, 한국이 부품(중간재)을 공급하면 중국이 조립하는 ‘공생 관계’도 유지됐다.
실제로 작년 기준, 한국의 對중국 수출 중 79.8%가 반도체 같은 중간재였다. 중국은 최대 경쟁자이자, 최대 고객이었던 셈이다.
현재의 위협: ‘심장’을 노리는 ‘기술 굴기’
하지만 15차 5개년 계획은 이 모든 공식을 파괴한다. 이제 중국은 반도체부터 소재, 장비까지 모든 것을 자체 생산하는 ‘완결형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고객이기를 거부하고, 완전한 경쟁자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위협의 강도는 수치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중국은 향후 5년간 R&D(연구개발)에 약 10조 위안(약 1,84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을 전망이다. 이는 양자 기술, 6G, AI 등 미래 산업의 ‘표준’을 독식하겠다는 의지다.
과거 중국의 추격이 일부 산업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한국 경제의 대들보가 직접적인 타격 범위에 들어왔다.
메모리 반도체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전기차 배터리의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중국 ‘국가대표팀’과 전면전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이 위협은 생태계의 허리인 중소·중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더욱 치명적이다. 대기업의 수출길이 막히면, 협력사들의 ‘일감 소멸’로 직결된다. 자본과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연쇄 도산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의 공격이 대기업의 팔다리를 노리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우리 산업 생태계의 심장과 모세혈관까지 전부 타격하는 것과 같다”며 “한국 경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해법은 ‘초격차’밖에 없다. 중국이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벗어나 북미, 유럽, 인도 등으로 시장과 생산기지를 다변화하는 고통스러운 체질 개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다.
‘세계의 공장’이 ‘세계의 경쟁자’로 돌변한 지금, 한국 산업계는 생존을 건 거대한 시험대 위에 올랐다.




















